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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Apr 03. 2020

조종사에게 랜딩이란 무엇일까?

거액을 들여 비행교육에 들어간 비행 교육생들이 조종사의 꿈을 접어야 하는 결정적 이유가 바로 '착륙이 안되어서'이다.

지금도 전 세계 수만명의 예비 조종사들이 활주로의 높낮이를 판단하기 위한 '목측'이라는 것을 익히기 위해 길고 짧은 활주로 사진을 책상에 붙여두고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하며 그 '감'이라는 것을 얻기 위해 애쓴다.


비행이 없는 날에는 주기장에 나가 고개를 들어 먼 곳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다. 착륙 중 항공기가 활주로로 접근하는  '침하'라는 것을 주변시로 느끼려 오늘도 누군가 그곳에서 서성거리고 있을 것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한다고 그렇게 어렵게 어렵게 그 감이라는 것을 잡고 한참을 비행을 하다 보면 어느 날 후배들에게 실언을 하기도 한다.

"랜딩 그 까이꺼 뭐, 대충 업 트림 (Up Trim) 몇 번 써주면 그냥 되는 거잖아~"


종종 비행을 잘한다는 것이 결국은 랜딩을 잘하는 것으로 단정되기도 한다.  아무리 비행을 우리들 말로 개판을 쳤더라도 마지막 착륙이 깔끔했다면, 이 일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터무니없게 들리겠지만, 용서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비행의 모든 과정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더라도 마지막 그 찰나의 착륙을 망치면 곧바로 교관이나 기장으로부터 무시를 당하기도 한다.

비행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쌩땍쥐베리도 랜딩에서 몇번의 사고를 내는 바람에 그의 말년이 불우해졌다.

과연 랜딩은 조종사에게 무엇일까? 조종사의 마지막 꿈인 에어라인 기장에게 랜딩이란 이제 무엇일까?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랜딩은 안전하게 내리는 수준이면 족하다. 직업병에 감염되어  완벽주의자가 되어 버린 조종사들이 가능하지도 않은 완벽한 착륙을 추구한다.  어느 날은 우리들 말로 '깻잎 한 장'으로 스르르 붙여 보고 싶고 날씨가 나쁘고 활주로가 짧은 곳에서는 일부러 최소한의 당김으로 '펌 랜딩(Firm Landing:다소 충격이 있는 강제 접지)을 계획하기도 한다.


그런데 마음먹은 대로 늘 되는 것이 아니다.

바람에 실오라기 하나 날리지 않을 것 같은 윈드 캄(Wind Calm) 상태에서 깻잎 한 장 랜딩을 하려다가 마지막에 이유 없이 무너지듯 우당탕 내리기도 하고 짧은 활주로라서 반드시 거칠게 펌 랜딩을 해야 하는 곳임에도 의도치 않게 플로팅(Floating 접지하지 않고 동동 떠 내려가 현상)하다가 계획한 활주로 엑시트(Exit)로 빼지 못하고 활주로 끝까지 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기장승급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도 그 사람의 랜딩을 믿을 수 없어서다.

  

랜딩은 조종사에게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고 이것이 흔들리면 그 날부터 비행이 다시 무서워진다. 처음 비행을 시작할 때  '착륙의 그 감'을 잡기까지 고생하던 그 무서움을 기억하기에 비행의 모든 것이 좋았어도 마지막 착륙이 거칠면 마치 그날 비행 전체를 망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대신 일이 잘못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그 Back Up만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절대로 넘지 말아야 하는 최후의 그 선만 넘지 않는다면 이 문제로 직업을 바꿀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선은 접근전에 스스로 정해야 하는 선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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