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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Apr 22. 2020

배를 더 일찍 포기했어야 했다

캡틴은 모든 승객과 승무원이 탈출한 것을 확인한 이후에 마지막으로 배를 탈출하여야 한다.

이 가장 상식적인 룰이 세월호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선장이 건전한 이성을 지닌 상태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이 드는 이유다. 배나 항공기를 모는 선장이나 기장들은 이 룰을 목숨만큼 소중히 여기고 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는 상황을 명예롭게 여기도록 교육을 받는다. 의사들의 히포크라테스 선서와도 같이 엄숙한 자기 선언이다.


여기에 더해 세월호가 침몰하는 과정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룰이 지켜지지 않았다.

침수에 의해 엔진이 꺼지기 전 배를 최단거리로 수심이 낮은 인근 섬 쪽으로 돌리지 않은 것이다. 즉 승객의 안전을 위해 배를 버리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2009년도 일본에서 있었던 세월호와 쌍둥이 배인 아리아케호 사고에서 선장은 기울어진 배를 35분 동안이나 인근 해안으로 몰고 가 고의로 좌초시켰다. 이후 배는 거의 90도로 기울며 침수되었지만 수심이 낮아 침몰하지는 않았고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나는 이 글을 쓰기 전에 세월호 사고의 최종 조사보고서를 분석해 볼 기회가 없었다. 그날 조타실에서 최초로 배가 기울어지기 시작한 후에 후에 침수로 엔진룸이 물에 잠겨 동력을 상실하기 전까지 수심이 낮은 곳으로 몰고갈 여유가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


그렇지만 침몰할 가능성이 있는 배를 수심이 낮은 곳으로 최대한 빨리 이동시키는 것은 승객을 태운 비행기를 타는 기장의 눈에는 지극히 상식적인 행동으로 보인다.  


영화 '설리'의 주인공 설리 기장이 양쪽 엔진이 조류충돌로 모두 플레임 아웃 Flame Out 된 A320 항공기를 최인근인 라과디아로 돌리지 않고 허드슨 Hudson강에 디칭 Ditcihing 한 것이 동일한 상황이다.

디칭은 항공기를 버리고 승객을 살리는 기장의 최후 조치이다.


그가 만약 무리하게 항공기와 승객 모두를 살리려고 들었다면 설리의 320은 그날 뉴욕의 라과디아 공항 인근  어느 거리에 추락해 엄청난 인명 손실을 초래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세월호 선장은 배를 배리지 않으려다 소중한 시간을 낭비해 승객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는 최악의 판단 미스를 저지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침수가 진행 중인 여객선을 수심이 낮은 곳으로 최대한 빠른 시간에 몰아가는 상황은 민항기로서는 엔진 고장으로 점점 고도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최적의 디칭 장소로 선택해 그곳으로 글라이드 하는 것과 동일한다.  


두 개의 엔진이 모두 플레임 아웃 Flame out 된 후 속도가 떨어져 스톨 Stall(양력이 발생되지 않는 저속 상태)에 빠지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도를 낮추어 위치 에너지를 속도 에너지를 바꿔야 하는 기장이 최후로 돌려야 하는 곳은 어딜까? 물론 주변에 적당한 공항이 없는 경우에 말이다.  

지금까지 사례에서 양쪽 엔진의 추력을 모두 상실한  민항기가 강이나 바다, 사막, 옥수수밭에 디칭을 했던 경우 놀랍게도 승객과 크루의 대부분이 생존했다.  이 경우 차갑게 식은 엔진으로 인해 디칭 이후 연료가 누출되어도 대부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어려운 결정이다. 그래도 배나 항공기를 포기해 승객을 살리는 결정을 내릴 사람은 단 한 사람밖에 없다.  그래서 Captain이다.  그날 더 일찍 배를 포기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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