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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May 05. 2020

인간 기장의 넋두리



이제 곧 우리는 바다에서는 무인 컨테이너선 그리고 하늘에서는 무인 화물기 시대를 맞게 된다. 승객이 타지 않은 화물기와 화물선에 무인기 기술을 먼저 적용함으로써 인류는 만약에 경우 인명의 손실 없이 기술의 발전을 이루고자 한다.

승객이 타고 있지 않으니 항공기의 경우 추락을 한다 하여도 사고조사를 통해 얻을 기술발전에 비하면 이 정도 비용 손실은 충분히 감내할 수준으로 여겨질 것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장차 여객기를 모는 모든 조종사들을 몰아냈을 때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익에 비해서는 아주 작은 손실이다.

이제 베테랑 축에 들어가는 민항 기장인 내가 예상하는 무인 민항기의 가장 큰 기술적 난제는 다음 몇 가지이다.

현재 우리가 익숙한 민항기들, 예를 들어 737,777, 330 같은 기종들은 기술적 수준에서 무인비행기의 플랫폼으로 쓰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원격 조종' 문제는 이미 프레데터 같은 무인기 기술이 완성되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신 컨밴셔널한 디자인의 777 같은 비행기는 누군가 플랩과 랜딩기어를 내려주어야 하는데 사람이 없다면 이를 자동으로 내릴 추가적인 장치를 장착해야 한다.

사실 이 문제 또한 해결이 어렵지 않다.  전혀 새로운 무인 비행기 디자인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만 과도기적으로 기존의 항공기에 로봇 팔을 장착 해 지상 컨트롤러의 지시에 맞추어 기존의 수동식 기어와 플랩 래버를 집게발로 조작하면 해결된다. 마치 세미 오토메틱 같은 형식이다.

그렇지만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기계 장치를 조작하는 수준이 아닌 더 고차원적인 컴퓨터의 프로그래밍에 관한 문제다. 기장을 대신한 슈퍼컴퓨터의 연산에 관한 문제 즉

 '비행 중 복잡한 시스템 고장이 발생하면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그중에서도 가장 난해한 문제가 속도 고도계와 연결된 동정압 계통(Pitot Tude+Static Port+받음각 지시계)의 센서 이상이다. 737 Max의 AOA(Angle of Attack 받음각 지시계) 센서 고장도 이에 포함된다. 이런 예상치 못한 센서 고장이 발생했을 때 항공기를 어떻게 자동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문제에 아직 검증된 기술적 대안은 없다.

즉 통상 3개 또는 4개의 각기 독립된 센서들이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모두 동일한 자료를 감지하다가 어느 순간 이들이 각기 다른 신호를 감지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순간이 오면  그 다움엔 어떤 로직으로 항공기를 회복시킬 것이냐는 것인데 아직 이 부분에 답이 없다.

현재 하늘을 날아다니는 민항기에 이런 센서 불일치의 문제가 발생하면 똑똑한 컴퓨터는 조종사에게 단계적인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메스터 코션 Master Caution, 조종사야! 좀 심각해 보이는 문제가 발생했어! 센서들이 지금 불일치하는 정보를 주고 있어. 조금 헷갈리네"

이어서 조금 더 고장이 진행되면 

"메스터 워닝 Master Warning, 조종사야! 이건 내 능력 밖의 오류야. 아~ 나 몰라. 인간 네가 해! 난 포기야."

이러면서 자동비행장치를 스스로 끊어 버린다.

조종사는 이렇게 컴퓨터가 포기한 비행기를 이어받어서 훈련된 데로 체크리스트를 따라 조종하며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게 된다. 지금도 한두 달에 한건 정도 전 세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Unreliable Airspeed'라는 결함이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항공기 사고를 다루는 웹사이트인 Aviation Herald를 꾸준히 읽어온 조종사라면 이 결함이 그리 드문 결함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지금 무인 화물기에서 엔지니어들이 장착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이 인간을 대체할 백업 Back Up 로봇은 인간만큼 정교한 상황판단력을 가지고 복합적으로 모든 요소를 고려해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이세돌을 이긴 '알파 고' 정도의 인공지능 컴퓨터가 이미 등장했으니 항공분야에서도 곧 가능할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솔직히 자리를 빼앗기게 될 인간 기장의 입장에서 예상하기로는 일이 그렇게 '인간적'으로 돌아갈 것 같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100년 동안 우리 항공 역사에서 인간은 언제나 욕심으로 가득 차 있는 존재여서 이미 기술적으로  가능한 많은 안전장치가 있음에도 비용대 효과면이라는 핑계로 현재까지  채택되지 않고 있는 기술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즉 비용 생각하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훨씬 안전한 비행기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설사 두 개의 엔진이 모두 동시에 꺼지더라도 승객 중 단 한 명도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항공기를 땅에 사뿐히 내려앉게 할 제한적 기술을 우리 인간은 이미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기술이 활용되지 않을까?

단순한 비용 논리다. 이런 기술을 채택한 항공기를 개발해 내려면 아마 비행기 가격은 한대당 수조 원쯤 할 것이고 미국을 오가는 왕복항공권 가격은 1억 원쯤 할지도 모른다.

원래 민간 항공기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적당히 인류가 용인할 정도의 안전성을 갖춘 하늘을 나는 물건을 만들어 내고 대중들이 그리 큰 무리하지 않고 티켓을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비용으로 운용이 가능한 항공기를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다 비행기가 이륙 중 양쪽 엔진에 새를 흡입해 엔진이 고장 나 추락하면 그중 운이 나쁜 일부는 추락 후 화재가 발생해 승객 중 일부가 사망하고 운이 좋아 설리 같은 훌륭한 기장을 만나 허드슨 강에 기적적인 착륙을 해 승객 모두가 생존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럼 결론을 내보자. 앞으로 우리가 보게 될 무인 민항기는 어떤 모습일까?

내가 예상하는 무인 민항기는 지금 인간이 몰고 있는 유인 민항기의 안전성에 근접하면 바로 하늘에 띄울 것 같다.

조종사의 보수가 들어가지 않으니 항공사로서는 막대한 이익이 남을 장사이고 승객들에게는 무인과 유인의 사고율에 차이가 없으니 불평할 일이 아니라고 설득할 것이다. 여기에 티켓 가격도 조금 깎아줄 수도 있다.  

딱 이 정도의 기술과 안전성을 가지고 무인 민항기가 우리들 앞에 나타날 것이다.

"승객 여러분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여전히 캡틴 제이가 몰던 777만큼 안전하다고 자신합니다.

한 번도 완벽하다고 말하진 않습니다. 그러려면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지니까요."

2020년 지금 우리는 그 적당히 똑똑해서 캡틴 제이가 몰던 민항기와 근접한 수준의 안전성을 갖춘 컴퓨터 시스템과 인터페이스 된 로봇이 개발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절대 완벽하게 안전한 무인기가 나와 100% 안전한 비행이 가능할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해하지 마시라. 인간 기장이 로봇에게 직장을 잃을까 과장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

그런데 로봇이 판단을 잘못 내려 비행기가 추락해 승객이 사망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시스템 개발자? 아니면 항공사? 그것도 아니면 보험사? 이를 허락한 정부?

그 누구가 책임을 지던 이제 로봇이 모는 민항기에서 발생하는 항공사고에는 윤리적 도의적 책임과 민형사상 고의 또는 방임 Negligence라는 항목으로 누군가를 처벌하기는 더욱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결국 보험으로 처리하지 않을까?

회계연도 2050년 전손사고 2대. 손실률. 0.0000001%. 예상하던 수치임.. 삑삑...

참 비인간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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