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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극한 비행환경에서의 비행과 Redundancy

이륙한 후 침로를 북북동으로 잡은 777 항공기는 뉴욕 인근을 지나 캐나다의 SAINT JOHNS공항을 우측으로 끼고 북쪽으로 계속 진행 중이다. 정오 무렵 델라스를 이륙한 지 3시간이 지날 즈음에 벌써 해가 지기 시작한다. 북극권으로 가까이 갈수록 겨울철 해가 짧아지다 보니 지금 이 일몰은 사실 시간이 아니라 항공기의 위치에 영향을 받은 면이 크다. 아래로 펼쳐진 캐나다 동부 해안에는 이제 서서히 유빙도 보이기 시작한다. 어둑한 바다에 하얗게 빛나는 빙산의 군락이 듬성듬성 우리의 아래를 지나고 있다.

오래지 않아, 해가 완전히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기 직전 항공기는 이제 완전히 얼어붙은 북극권의 바다 위를 순항하고 있다. ‘얼어붙은 바다’ 그 거대한 푸르스름한 얼음 바다 위로 날린 눈의 실루엣이 굽이치듯 흐른다.  

잘 발달된 JET STREAM의 흐름에 항공기를 올려놓은 지금 우리는 시속 140 나트의 배풍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동진하여 유럽을 향하고 있다. 지구 자전에 의해 그 에너지를 얻은 JET STREAM 덕택에 서에서 동으로 비행을 하는 오늘은 그 역방향으로 비행할 때보다 한 시간여 비행시간을 줄일 수 있다. 시간과 연료를 절감하려, 항공사의 디스 페쳐들은 서에서 동으로 향하는 비행에서는 언제나 이 강한 바람의 근처에 비행 루트를 계획한다.


캐나다 동부를 빠져나와 이제 침로를 서서히 동으로 돌린 항공기는 곧 착륙 가능한 최인근 공항(Adequte Airport)에서 한 시간 거리를 벗어나 대서양 한복판으로 진입한다. 이제 대서양 반대편의 착륙이 가능한 첫 번째 공항, 아일랜드의 쉐넌 Airport 인근에 도달하기까지 180분 구간 안에는 비상시 착륙할 수 있는 공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극한 환경하에서 비행을 위한 허가를 얻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항공기 시스템의 REDUNDANCY (중복 안전장치)가 고려되어 있어야 한다.
두 개의 엔진과 이것에 설치된 두 개의 발전기, 이들의 고장에 대비한 보조 동력을 위한 예비엔진 (APU), 다시 이것에 추가해 2개의 비상 발전기, 이것도 부족해 RAT(RAM AIR TURBINE)이라고 불리는 사람 키 만한 풍력발전기가 위에 언급한 모든 발전장비가 고장 나는 비상시에는 자동으로 동체 하부에 펼쳐져 항공기 컨트롤에 필요한 최소한의 유압과 전기를 공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극단적으로, 만약 위에 언급한 모든 발전장치가 동시에 고장이 난다고 해도 조종사가 여전히 777을 안정적인 상태에서 비행할 수 있도록 조종면과 조종간 사이에는 최소한의 MECHANICAL CABLE까지 연결되어 있다.
항공기 조종면의 작동에 필요한 유압장치 역시, 3개의 독립된 유압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중 2개를 순차적으로 또는 동시에 모두 잃는다 하더라도 나머지 하나만으로도 안전한 비행과 착륙이 가능하다.


확률적으로 이 모든 장치가 동시에 고장이 나서 항공기가 조종불능 상태에 빠지는 상황은 비현실적인 공상이다. 777을 비롯한 현대의 민간항공기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그 어떤 세대의 항공기 보다도 안전하다는 점을 자신할 수 있다. 그래서 작금의 조종사들은 아주 운이 좋다.


착륙 후 정비사가 나에게 다가와 어느 나라 출신인지를 묻는다. 한국이라는 나의 말에 바로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들고는 삼성이 최고라고 칭찬을 시작한다. 그리고는
“근데 한국이 비행기는 못 만드나? 삼성 같은 기술력이 있으면 가능할 텐데? “


그날이 올까? 이 멋진 보잉의 777 같은 항공기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그날이 오는 날을 나는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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