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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May 14. 2020

왜 내 짐이 오지 않은거죠?

전 세계 에어라인 조종사들 중에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항공사는 미국의 FEDEX나 UPS 같은 화물기 회사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유일하게 호황을 맞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만큼 사업에 변수가 적다고 볼수 있다. 화물기를 최대 이륙중량에 맞추어 이륙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부피에 제한을 받지 무게에 제한을 받지는 않는다.

나의 글에서 그간 77F 를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화물기는 2번 중에 한 번은 빈 비행기로 운행을 한다. 코로나 이전에 두바이를 떠나는 77F화물기는 화물창이 텅빈 상태로 이륙 후 곧바로 41000피트까지 단숨에 상승하곤 했다. 중국의 상하이 푸동공항에 내려 화물을 가득 채워 이제 이륙중량이 자중 153톤에 연료와 화물을 채워 마지막엔 300톤이 넘는 중량으로 다시 이륙해 돌아오곤 했다. 이러면 상승할 수 있는 최초 순항고도는 기껏해야 32000피트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비행을 하며 날개 속의 연료를 시간당 8톤씩 번 Burn 소모해줘야 대략 10분마다 100피트씩 고도를 올릴 수 있는 여유 추력이 생기기 시작한다.  

7시간 내외의 짧은 구간은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지만 비행시간이 길게는 15시간씩 되는 울트라 롱 레인지 Ultra Long Range 초 장거리 비행에서는 기장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목적지 기상이 마지날 Marginal (기상 제한치에 근접) 한 경우에 기장은 예비 연료를 더 싣고 출발하고 싶어 한다.


대략 1톤의 추가 연료는 10분 홀딩할 수 있는 양이고 통상 2에서 3톤 정도의 연료를 추가한다. 그런데 대부분 이런 초 장거리 비행의 플라이트 플랜 Flight Plan을 받아보면 멕시멈 테이크 오프 웨이트 Maximum Takeoff Weight(최대 이륙중량) 351톤에 딱 맞추어져 있다. 이 경우에 디스페쳐 즉 운항관리사가 수십 번 컴퓨터를 돌려 최대 인원과 화물을 탑재하기 위해 가능한 최소의 법정 연료로 맞추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대로 출발을 한 뒤에 만약 비행 중 예상치 못한 과도한 연료 소모가 발생할 경우 심할 경우 목적지 상공에 도착했을 때 일단 접근을 시작하면 반드시 내려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1차 접근 후 만약 고 어라운드 Go Around(복행)을 하게 되면 그 시점에서 출발 전 계획한 예비공항으로 회항할 연료 이하가 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태를 영어로는 '커미팅 Commiting' 한국말로는 '꼭 내릴 결심'을 한다고 표현한다.


날씨가 아슬아슬한 상태에서는 조종사가 내릴 결심을 한다고 반드시 내릴 수 있는 일은 아니니 이 결심에는 매우 신중한 고려가 요구된다.


그래서 기장은 혹시 몰라서 첫 번째 접근에서 내리지 못하고 복행을 할 것을 대비해서 날씨가 나쁜 경우 대략 목적지에서 777의 경우 약 2톤의 추가 연료를 탑재하고 싶어 한다. 이를 기장들은 '내 주머니 속의 보험'이라고 표현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최대 이륙중량으로 모든 계획이 돌아가고 있는 상태에서 기장이 고집을 부려 출발 전 1톤의 연료를 추가로 실으면 1톤만큼 승객의 화물이 내려져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보통 항공사에서 승객들에게 출발 전에 양해를 미리 구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종종 기장이 플랜을 받아보고 '난 이 연료로는 못가!’ 추가로 2톤, 드물게는 5톤을 ‘더 급유해줘!'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이럴 경우에도 승객을 하기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대신 그들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알려주지 않지만 승객과 같이 날아갔어야 할 수화물 수십 많게는 백개 가까이 벨리 카고 베이에서 급하게 내려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목적지에 도착해 수화물 벨트에서 자신의 수화물이 나오길 기다리다가 나중에서야 자신의 수화물이 오프로드 Offload(하기) 된걸 전해 듣는다. 조종사들과 출발지 여객 직원이 벌인 일로 인해 욕은 목적지 지상직원이 먹어야 하니 서로간에 앙금이 생길만 하다.


이 부분이 지점장과 기장이 늘 신경전을 벌이는 부분이다. 안전을 위해 가능한 보수적으로 '보험'을 들고 싶어 하는 기장과 가능한 모든 승객의 짐을 같이 보내고 싶어 하는 지점의 직원들의 수 싸움이 전 세계 공항에서 벌어진다. 추가로 15시간 정도의 비행 끝에 목적지 상공에 도착해보면 기장이 추가한 연료 중 절반은 이미 무거워진 중량으로 인해 비행 중에 더 소모되어 결국 그 절반만 남는다. 이러니 ‘아니 써보도 못하고 태워버릴 연료를 왜 가져가?’ 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한번은 두바이로 돌아온 어느 비행편에 크루들의 수트케이스 Suitcase 모두 오프로드된 경우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실수가 아니라 어쩌면 보복 같다는 생각이 살짝 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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