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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폭우 속의 야간비행

기장승급 비행훈련 일화

그가 JAY와 인사를 나눈 후 먼저 제안을 한다.

"내가 뭄바이를 할 테니까 돌아올 때 네가 하는 게 어때?"

자정이 가까운 시간, 인도 뭄바이엔 벌써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시정 1000미터 Variable 윈드 20 나트 돌풍 35 나트. HEAVY RAIN(강한 폭우) 윈드 쉬어 예보까지, 전형적인 인도의 ‘MONSOON’.

이 밤 JAY는 기장 승급 라인 훈련 6/11을 수행하게 된다.
지금 제안을 한 교관 데이비드는 HOME STANDBY 중에 갑자기 불려 나왔다.

JAY가 이제 그의 첫 제안에 답을 한다.

"데이비드, 미안한데 내가 뭄바이를 하면 안 될까?"

폭풍이 몰아치는 뭄바이를 당연히 JAY가 피할고 싶어 할 것이라 생각했던 그가 예상치 못한 답변에 순간 당황한다. 그리곤,

"그래 그럼 그렇게 해" 라며 한발 양보하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JAY의 의중을 헤아리려든 듯 모호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륙한 지 한 시간이 지난 목적지 도착 한 시간 30분 전, 이들이 막 받아본 ATIS(공항 기상정보)에는

'폭풍으로 공항 일시 폐쇄. 홀딩 예상. 시정 1000미터 바람 Variable Wind 25 Gust 35 나트 TS(THUNDERSTORM) +RA(폭우) + 윈드 쉬어 경보 발령'

JAY가 우측을 돌아보며 데이비드에게 씩 웃어 보이며 묻는다.

"지금 내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는 거지?"

DAVID가 웃으며 고개를 위아래로 강하게 끄덕인다.

예상대로 그들은 이날 밤 뭄바이 서쪽 약 100마일 거리에서 약 30분의 홀딩을 하고 나서야 접근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레이다에 비친 강한 비구름의 에코들이 서서히 공항 서쪽으로 물러나는 것이 보인다.

JAY는 홀딩 전 미리 악기상을 대비해 브리핑을 해 두었다.

"접지 직전 강한 폭우에 의해서 시정이 제한되는 상황에 들어가면 나는 자동비행장치 해제 후에 500피트 이하에서 활주로의 LATERAL(좌우 경로)에 집중하고 밖을 집중적으로 볼 테니 DAVID는 칵핏의 계기 특히 강하율 지시계가 예상치보다 갑자기 깊어지거나 낮아지는 것이 보이면 바로 정확한 수치를 '1000' 또는 '500' 이런 식으로 명확히 불러줘. 폭우 속에서 안과 밖을 번갈아 보려 하면 외부 참조 물을 순간 놓칠 수 있어 위험하니, 나는 외부에 더 집중할 테니까!"

현재 기상은 시정 1500미터, RAIN, WIND 30도 측풍 20 거스트 35 나트. 활주로 너머에는 방금 공항을 훑고 지나간 거대한 CB구름이 중간중간 마치 '빠지직' 소리를 내듯 번쩍거리며 여전히 위압적인 모습으로 접근하는 777을 마치 내려다보고 있는 듯하다.

'윅윅, 윅윅, 윅윅' 양쪽의 '와이퍼가 쉴 새 없이 최대 속도로 좌우로 움직이며, 전면 창에 순간순간 고여대는 빗물을 바삐 걷어 내고 있다.

JAY가 이제 AUTO PILOT를 해제한다. 멀리 활주로의 붉은 바렛 접근 등과 그 뒤의 흰색 바렛 접지 등이 내뿜는 불빛들이 와이퍼가 지나간 사이사이에 미처 제거하지 못한 빗물에 번지면서 서로 어지럽게 뒤섞이고 있다.

'FIFTY! , FOURTY!, THIRTY!, TWENTY~~ TEN ~'

.......... "제발" JAY가 속으로 애를 태우며 접지를 기다리는 그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가볍게 '툭'하고 777의 메인기어가 활주로와 닿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제법 부드러운 접지와 동시에 JAY의 귀에 스피드 브레이크 레버가 '위이잉' 소리를 내며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DAVID가 바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스피트 브레이커스 업!, 리버 서스 노멀!" 거의 동시에 항공기의 노즈가 활주로를 향해 부드럽게 떨어지고 이네 노즈 기어까지 완전히 노면에 접지한다. 곧이어 잔뜩 당겨진 최대 역 추친 레버에 JAY의 777이 순간 움찔대는가 싶더니, 굉음을 내며 확연히 감속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때였다. 아직 감속 중인 777 조종석에서 DAVID가 접지 전까지 절정에 달했던 긴장감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지금 흥분이 되었는지 소리를 내 지른다.

"최고야! JAY 정말 최고의 접근과 착륙이야~~"

그렇게 JAY 가 CAPT역할로 감당해야 했던 첫 구간의 비행이 안전하게 완료되었다.

[두 시간 뒤 전 구간에서의 흥분이 많이 가라앉은 두바이로 귀환 중인 조종석 안]

갑자기 DAVID가 JAY를 돌아보며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말문을 연다.

"JAY, 하나 궁금한 것이 있는데, 내가 뭄바이 착륙을 하겠다고 먼저 제안까지 했을 때 왜 굳이 본인이 첫 구간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 건지 물어봐도 될까? 이렇게 날씨가 나쁜데 말이야~~~"

JAY가 살짝 미소를 머금었지만 그 역시 신중한 표정으로 그의 속내를 밝힌다.

"그건, 바로 전 비행에서 저지른 나의 실수 때문이야. 지난주 다르살람에 착륙 중에 200피트 이하에서 갑자기 소나기에 들어갔어, 안과 밖을 번갈아 보다가 그만 강하율이 깊어지는 것을 놓쳤고, 교관이 SINK RATE를 CALL 해주고서야, 수정을 한 후 다행히 안전히 착륙은 했지만, 이것 때문에 HANDLING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어. “

“난 오늘 이런 폭우 속에서도 안전하게 내릴 수 있는 기장이라는 것을 나 스스로 증명해 내고 그 ‘확신’을 얻어가고 싶었어”

“확신이 없는 상태로 기장이 되어서 승객과 나 자신을 나중에 위험에 빠뜨리기보다는 교관이 옆에 있는 상태에서 내 능력을 테스트해 보고 싶었던 거야"

잠시 생각에 잠긴 후 DAVID 가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며 말을 다시 이어간다..

"오늘 밤 내가 너였다면 첫 구간은 교관에게 그냥 넘겼을 거야. 오늘 밤 만약 폭우 속에 네가 접근 중 실수라도 했다면 내가 TAKEOVER(컨트롤을 거두어가는 것) 해야 했을 것이고, 그 즉시 너는 기장 승급에서 제외되는 것이 이곳의 룰이야. 그런 리스크를 굳이 감수하면서까지 비행을 하겠다고 우기다니. 한번 기장 훈련에서 빠지면 최소 1년이라는 기간을 다시 기다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그렇게 DAVID기장과 비행을 마친 후 나머지 약 한 달 반의 남은 훈련기간 동안 JAY는 확 달라진 교관들의 태도를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이미 JAY의 훈련이 다 마쳐진 것인 양 느슨한 태도로, 주로 테크닉을 조언을 해주는 정도에 그칠 뿐 JAY의 기량에는 전혀 의심이 없는 눈치였다.

처음엔 단순히 그날 뭄바이 비행에서 DAVID가 평가 SHEET에 적어준 긍정적인 코멘트와 좋은 점수 덕분이겠거니 생각을 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교관 DAVID는 JAY보다 나이도 어리고 입사도 늦었지만 DEC(기장으로 입사)로 입사해 단 3년 만에 에미리트 훈련부 서열 5위 안에 들어간 실세 표준 훈련 검열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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