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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저의 롤 모델

'Fifty, Fourty, Thirty~~'

그때였다. 갑자기 조종간이 확 당겨졌다. 부기장 JAY의 좌측에 앉은 교관이 무슨 이유인지 그보다 먼저 당김을 시작했다. 이어 항공기는 맹숭하게 다소 높은 플로팅을 시작한다.
아직 교관이 " I have a Control"을 적극적으로 Call Out 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판단에 JAY는 다시 차분히 항공기를 지그시 눌러 터치다운 존 안에 안착시켰다.  

게이트에 도착한 777의 엔진이 꺼지고 또 한 쏘티의 전환 훈련이 잘 끝났다. 회사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JAY는 더 이상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오늘 착륙 이후 그의 머리에 남아 있는 의문에 대해 조심스럽게 질문을 시작한다.


"교관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아까 제 착륙 중에 미리 당기셨는데 혹시 제가 인지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던 건가요? "


교관이 갑자기 멋쩍게 웃으며 대답한다.


"아 그거요? 미안해요. 제가 실수한 겁니다. 제가 잘못 판단하고 당겼어요. 그렇게 당겨놓았는데도 잘 마무리해주셨어요. 잘하셨어요."


늘 학생들에게 존칭을 쓰던 교관이었지만 이 대답에서 JAY는 이 사람에게 반하고 말았다.


'자신의 실수를 거침없이 인정하는 저 자신감! 멋있다~.'


비슷한 경우가 대한항공에 막 입사한 330 훈련에서도 있었다.


부기장의 측풍 이착륙 제한치는 20 나트다. 그렇지만 이날 부기장 JAY의 평가가 진행 중인 인천공항의 기상은 부기장 정측풍 제한치를 넘나들고 있었다.


이런 기상에서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린 노교관은 부기장 JAY에게 접근과 착륙 모두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보다 못한 Safety Pilot으로 동승한 부기장이 JAY가 걱정이 되어서는 조심스럽게 나서서 막어보려 한다.


"교관님 오늘 평가이고, 부기장의 제한치를 넘어갈 것 같은 데 이건 무리인 것 같습니다."


그러자 교관은 씩 웃으며 장난스레 인상까지 써가며 타박하는 목소리로,


"맡겨봐! 안되면 내가 내리면 되지!"


착륙허가를 받은 330이 활주로로 마치 빨려 들어가 듯 진입하고 플레어가 시작된다. 마지막 RADIO ALTIMETER(전파 고도계)의 자동 CALL OUT '10'을 들으면서 JAY가 왼쪽 러더를 지긋이 차며 오른쪽으로 윙을 조금 더 눕히려는 순간 그의 주변시로 녹색 DUEL INPUT(두 명의 조종사가 동시 조작하고 있다는 신호) 라이트가 순간 번뜩이다 바로 사라졌다. 이후 다행히 접지는 부드러웠고 착륙의 모든 과정은 안전하게 이루어졌다.


엔진이 정지한 조종석에서 교관이 갑자기 부기장 JAY의 손을 잡고는


"축하해 합격이야!"


그리고 그가 JAY의 눈에 잠깐 스치는 무언가를 놓치지 않고 바로 힘을 주어 말한다.


"JAY, 의심하지 마라! DUAL INPUT 라이트가 잠깐 들어온 건 맞다. 하지만 JAY 네가 내린 거다! 절대로 이 할아버지가 내린 게 아니야! 러더가 들어가면서 윙이 살짝 들리는 듯해서 내가 손을 대려는 순간 네가 잘 막아주었어. 불필요한 INPUT이었어. 아주 잘 내렸어!"


나는 오늘까지도 이 두 분의 교관님을 향한 깊은 존경과 감사하는 마음을 잊어 본 적이 없다. CAPT JAY가 간직한 좋은 기장의 ROLE MODEL.


배현찬 기장님, 김길수 기장님. 어디에 계시든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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