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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아름다운 스타파네트 아가씨와 하늘을 나는 목동의 이야기

[그러나 드디어 세시쯤이 되어 겨우 하늘이 말끔히 개고 산이 물기와 햇빛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 때,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와 물이 불어 시냇물이 넘쳐흐르는 소리에 섞여 부활제 날에 울려 퍼지는 커다란 카리용 소리만큼 명랑하고 빠른 방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알퐁스 도데의 ‘별’에서]

대부분 남자들만이 차지하고 있는 이 작은 공간에 간혹 객실에서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오곤 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이곳에 온 지 몇 달 안 되는 이제 갓 스무 살이 넘은 호기심이 무척 강한 승무원들입니다. 특히 비행이 길어져 늦은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승객들이 대부분 깊은 잠에 빠져든 사이에, 무심코 바라본 창밖에 별빛들이 무척이나 밝아지는 날이면, 보통 둘씩, 셋씩 짝을 지어 수줍게 우리의 이 비밀스러운 공간에 예고도 없이 노크를 하곤 합니다. 조종석 문밖 카메라에 비춘 이들의 모습은 소풍을 떠나는 아이같이 하나같이 들떠 있습니다.
양털로 마감한 자리에 이들을 앉혀 두고는 제일 먼저 저는 일터를 환하게 밝히던 모든 불을 최대한 낮추어 둡니다. 아주 희미한 불빛만 남긴 나의 작은 공간에서 이제 그들에게 이곳의 한 가지 비밀을 알려주려는 배려입니다. 좀 전까지 까르르 웃던 소녀들이 일순간 밝아진 창밖을 바라봅니다. 이어서 그들이 갑자기 어두워진 이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눈을 돌려 사뿐히 몸을 움직인 후 하늘 위에 쏟아부은 듯 펼쳐진 '별의 강' 은하수를 올려다봅니다. 목을 잔뜩 빼고 별을 바라보는 이들을 볼 때면 저 또한 가슴이 뜁니다. 알퐁스 도데의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떠올린 탓입니다. 모닥불이 자작거리며 타들어가는 그 밤에 목동 옆에 바싹 붙어 앉아, 좀 전에 그 작은 어깨에 목동이 둘러준 양가죽을 쓰고는 별 이야기를 듣던 그날의 우리 스테파네트 아가씨도 지금의 저들과 같았겠지요. 그러는 사이 이들이 혹 너무 빨리 흥미라도 잃을까, 오늘 밤엔 혹시라도 천국으로 돌아가는 영혼이라도 하나 이들이 잠시 머무는 이 순간 나타나 주길 기도합니다. 그러면 그때 나는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할까 잠시 생각을 하는 사이 유성 하나가 ' 쉭' 소리를 내듯 꼬리를 늘어 뜨리며 코앞을 지나갑니다. 이번에도 나의 생각이 별똥별의 꼬리를 잡지 못했다며, 하늘을 나는 목동이 자책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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