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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항공사의 기장승급 인터뷰의 구성에 대하여

항공사의 기장승급 인터뷰 구성에 대하여 1/2

현재 국내의 한 LCC 항공사에서 교관으로 일하는 지인과 대화를 하며 느낀 문제점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그는 기장승급에 들어오는 일부 훈련요원들이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에서 오는 훈련의 어려움을 토로하였습니다. 입사 후 4년 5년 후 당연히 기장 과정에 들어오게 되지만 정작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난처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유럽의 최대 LCC 항공사인 RYAN AIR는 부기장으로 입사 시 약 200시간에서 시작해 3년이면 기장 승급에 들어가며 대부분 무리 없이 훈련을 마치고 기장이 됩니다.
왜 국내 항공사들은 다른 걸까요. 어떻게 3년 만에 200시간 저 경력 부기장이 737 기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일까요.
단순히 ’ 훈련의 차이다’라고 말하려고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근본적인 문화적 차이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라인에서 부기장들이 얼마나 경험을 쌓고 있나요?
라인 기장들은 부기장들에게 휠을 얼마나 주는지요? 4구간 비행에서 정확히 반반씩 나누어서 하나요? 혹시 부기장이 맘에 들면 주고 맘에 안 들면 주지 않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는 않나요? 이런 항공사에서는 10년이 지나도 부기장의 기량은 위에 언급한 3년 차 라이언에어 부기장의 기량에 못 미칠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기장들에게 공평하게 부기장에게 반반씩 PF(PILOT FLYING) 역할을 부여하도록 강제할 수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부기장에게 정확히 절반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경우 회사에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면 됩니다. 이렇게 되면 기량이 부족한 부기장이 드러나고, 자신이 없어 부기장에게 습관적으로 기회를 박탈하는 기장을 선별해 추가 교육을 실시할 수 있습니다.
회사는 우선 기장승급 마지막 부분에서 INTERVENTION TRAINING을 실시해야 합니다. 부기장에게 휠을 주고 이들이 착륙 과정에서 실수를 할 때 자신감을 가지고 ASK SUGGEST DIRECT TAKEOVER 순서에 의거해 안전하게 컨트롤을 회수하고 계속 착륙을 하거나 또는 GO AROUND 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켜야 합니다. 이렇게 훈련된 기장만이 마음 편히 부기장에게 컨트롤을 넘길 수 있습니다.
둘째, 기장 승급 시 회사가 기대하는 요구사항을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회사의 기대사항은 기장 승급 인터뷰를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따라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기장승급 인터뷰는 훈련부 소속의 교관이 해서는 안됩니다. 훈련이 기장승급입과를 결정하면 훈련이 과거에 머문 채 개선되지 않으며 교관들이 회사의 정책을 따르지 않고 오만해집니다.
일반 라인 기장중 소장의 통제하에 선발된 요원을 전문적으로 교육해서 회사의 기대치가 인터뷰에 반영되도록 시나리오를 짜고 이를 인터뷰에 다르게 반영할 줄 아는 프로여야 합니다.
승급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에 일반적인 지식 평가와 이전 1년간의 정기 심평 가결과의 반영, 더불어 인사부의 동의가 이루어진 이후에 인터뷰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이때는, 특정 비행을 위해 브리핑실에 나왔다는 가정에서 시작해서 기본적인 FLIGHT PLAN에 대한 브리핑을 하면서 이에 대한 이해도에 대한 평가와 이후 항공사의 FUEL POLICY, MEL, 최근 발생한 비정상 운항에 대한 질문 등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준비를 하고 기장승급을 대비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기장 승급 요원이 아니라 이들에게 올바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회사에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를 훈련에서 진행하면 안 됩니다. 철저히 인터뷰는 라인에서 통제해야 하고 라인의 입장이 반영이 되어야 합니다.
그저 시간이 되어 그 자리에 들어가고 인정에 좌우되어 기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장이 되기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한 조종사가 다른 이들보다 1년 일찍 기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조종사들에게 동기부여가 됩니다.
기장이 된 이후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 기장에 대해서는 과감히 부기장으로 강등시켜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위계가 잡히고 회사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기장들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추가 훈련을 통해 6개월 또는 1년 후에 다시 승급 기회를 공평히 주면 됩니다.
국내 항공사에서 부기장 강등은 정말 드문 일입니다. 안타깝고 어려운 일이지만 과감해야 합니다. 승객의 안전과 올바른 항공사 문화의 정착을 위해 아닌 건 아닌 것으로 잘라 내어야 합니다.
이 글 이후 안티가 많이 생길 것 같네요. 제가 국내 항공사에 있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다음에는 인터뷰 시나리오의 구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기장승급 인터뷰의 구성 2/2
SCENARIO BASED ASSESSMENT

“기장님, 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식수를 더 채우지 말고 남아있는 상태 그대로 그냥 돌아오시랍니다. 이곳 공항의 식수가 오염이 되었다는 보고가 있었데요. 어떻게 하실지 말씀해 주세요”
평가관은 기장승급 대상자의 표정을 살핀다. 그가 어떤 판단과 리더십을 발휘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지가 인터뷰 통과의 관건이다.
12시간 비행은 워터 탱크를 100% 채워야 한다.
평가관은 지금 피평가자가 질문을 해주기를 기다린다. 그래야 시나리오가 진행될 수 있다. 질문 없이 내리는 결정은 그것이 바른 답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제 피평가자가 질문을 쏟아낸다.
“오염이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 거죠? 이 구간 비행할 때 요구되는 식수 탑재량은 원래 얼마나 됩니까? 식수 탑재가 안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식수가 지금 얼마나 남아있나요? 식수 탑재가 안된다면 대안은 무엇입니까? 화장실 변기 물과 식수가 동일한 워터탱크에서 나오나요 아니면 다른 것인가요?

평가관이 이상의 질문에 답변을 시작한다.
“이곳 음용수가 건강에 유해할 수 있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탑재를 잠시 중단한 것이고요, 통상적인 탑재량은 100퍼센트입니다. 식수가 부족하면 겔리에 물이 공급이 안되고 동시에 화장실 변기를 플러싱 할 때 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두 곳의 물은 같은 SOURCE입니다. 지점에서는 이 문제를 대비해 페트병 200개를 추가로 준비해 두었습니다. 물이 바닥이 났을 때 화장실 물을 내릴 때 사용하기 위한 용도입니다. “
이상의 설명을 들은 피평가자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이상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며 무시하고 물을 채워야 하는 것인지.
“회사와 잠시 연락을 하고 결정할게요”
“현재 위성전화가 작동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출발 전까지 직접 연락은 불가능합니다.”
평가관이 이 부분을 도와주고 싶지 않은 지 피평가자의 시도를 막는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사무장을 불러주세요. 사무장 부기장 우리 셋이서 같이 이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싶네요”
3명의 모두 모였다.
“사무장님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 생각에는 지점의 조언데로 물을 채우지 않고 대신 페트병 200개를 추가로 받아 출발하는 것이 옳은 선택인 것 같은데요”
모든 세부 상항을 전해 들은 사무장은 이해를 하였지만 확실히 하고 싶은지,
“기장님 잠시 나가서 우리 크루들과 논의를 해보고 혹 의견이 다르다면 다시 오겠습니다. “
이제 출발을 위해 DOOR CLOSE까지는 약 40분이 남았다.
이제 부기장은 전적으로 출발을 위한 COCKPIT SETUP에 열중하여야 한다는 가정에 더 이상 토의에 참여할 수 없다는 단서를 평가관이 준다.
이대로 출발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때 다시 사무장이 들어온다.
“기장님 크루들과 토의를 한 결과, 우리의 의견은 물이 오염되어 있다 하더라도 화장실 사용을 위해서라도 100프로 완충하고 가자는 의견입니다. 화장실이 문제가 되면 비행 중 저희 업무가 너무 과중합니다.”
의도치 않은 사무장의 답변에 피평가자는 순간 당황한다. 이제 남은 시간은 30분 정도 그의 머리에는 ‘지금 물을 다시 충전하려면 최소 40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오염된 물이 탱크로 들어가 남아 있는 식수 전체를 오염시키게 된다’는 생각이 스친다.
그가 판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다. 사무장과 객실 승무원의 의견을 무시하고 기장의 권한으로 비행을 강행할 것인가 아니면 그들의 의견을 따를 것인가. 잠시 생각을 한 피평가자가 말한다.
“내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나가서 일을 보시고 부르면 다시 들어오세요”
부기장은 여전히 COCKPIT SETUP과 성능 계산에 여념이 없다. 기장은 지금 혼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다. 잠시 그는 생각에 잠긴다. 조용히 눈을 감고 ‘어떻게 하면 사무장을 설득할 수 있을까’ 차분히 생각한다. 그리고 수분이 지난 뒤, 마침내 그가 다시 사무장을 부른다. 그의 뒤 OBSERVER SEAT에 앉은 사무장을 향해 피평가자가 말한다.
“지금 물을 다시 보급하게 되면 화장실은 사용이 가능하지만 그 순간 잔여 음용수까지 모두 오염된 상태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그 순간부터 우리는 겔리에서 나오는 물을 커피나 TEA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WELCOME DRINK로 차나 커피가 나갈 수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항공기는 두바이에 도착하면 워터 탱크를 세척하기 위해서 항공기를 비행에서 제외시키고 세척 작업을 해야 합니다. 777 한대가 임무 불가능한 상태로 남는 시간이 수시간 어쩌면 하루가 될 수도 있어요. 정말 그런 일이 발생해도 좋다는 의도로 음용수 보급을 원하는 겁니까?”
사무장의 얼굴이 잠시 멍한 듯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는
“기장님 생각이 옳습니다. 제가 잘못 판단했습니다. 기장님과 지점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상황은 정리가 되었고 항공기는 이륙을 했다. 비행이 진행된다.
“비행 중에 어떻게 관리를 할지 생각을 말해보세요”
평가관이 다시 피평가자에게 질문을 한다.
역시 잠시 생각에 잠긴 뒤 피평가자는
“저는 이륙 후 약 2-3시간 뒤 기내의 MASTER WATER SHUTOFF VALVE를 잠그겠습니다. 그리고 승무원들이 상대적으로 바쁘지 않은 순항 중에는 물병을 화장실 앞에서 구비해 승객들에게 제공토록 하겠습니다. 그들이 MEAL SERVICE로 바빠지는 착륙 전 3시간 정도에 다시 VALVE를 열어서 정상적인 TOILET FLUSHING이 가능하도록 하고 이러면 승무원들이 화장실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의 정상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스토리 텔링으로 구성된 시나리오 BASED ASSESSMENT는 피평가자의 지식과 리더십 스타일, 상황판단력, COMMUNICATION 능력 등을 한 번에 모두 평가할 수 있는 최선의 평가법이다.
위 상황처럼 이상적으로 피평가자가 시나리오를 풀어나갔다면 그는 인터뷰 통과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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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제가 만들어본 인터뷰 시나리오입니다.
더불어 이 시나리오는 몇 년 전 워싱턴에서 두바이로 복귀 시 발생했던 실제 상황입니다. 위에 언급된 흐름 모두가 CAPT. JAY가 지상직원과 부기장, 그리고 사무장과 문제를 풀어나갔던 실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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