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틴 제이 May 18. 2020

리더의 오만과 구분 지음에 대하여


여러   일이다.
그날 부기장인 나는 비행 내내 무시를 받고 있었다. 기장님으로부터 나를 신뢰한다는  어떤 신호도 없이 메마르고 거친 지적만 거듭되는 장거리 비행이었다.
사실 부기장으로서 이런 비행이 가장 힘들다. 마치 호응이 없이 경직된 관객 앞에서 강의나 연기를 하는 것과 같다.

힘들게 꾸려나가던 비행이 목적지 터키의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하면서 갑자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금은 신공항으로 옮겨 갔지만  이스탄불 공항은 택시 웨이가 협소하고 복잡해 런웨이나 택시 웨이 인커젼 Incursion (허가 없이 진입) 사고가 많아 베테랑 조종사들도 항상 긴장하는 곳이었다.

착륙 후에 활주로를 횡단하려는 우리에게 타워 관제사가  클리어런스 Clearance(허가) 뭔가 애매한 구석이 있었다. 기장님도 나도 그리고 뒤에 앉아 있던 다른  명의 동료 조종사도 확신할  없는 찜찜한 구석이 있었다.

부기장인 나는
다시 확인하겠습니다.”라고 말을 하고는 관제사에게 솔직하게 지금 우리 위치가 애매하니 다시 확인해 달라고 요구한 뒤에야 위험할 뻔한 실수를 피할  있었다.

관제소와 오가던 나의 영어를 듣고   기장님의 태도가  변화했다. 별다른 칭찬이나 감사 표현은 없었지만 지금껏    없이 무시해 왔던 부기장이 자신보다 나은 구석이 있다는 사실에 고무된 것이 분명해 보였다.

오래전 일임에도 기억하는 이유는  분을 통해 사람 됨됨이에 대해 고민할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적인 일일수록 자기 자신과 동료 그리고 아랫사람을  비교하게 된다.

내가 어떤 기량의 조종사인지  돌아본다. 적어도 평균 이상의 기량을 가진 조종사이기를 바라며 노력하고 자기 확신을 만든다.

 자체로는 해로운 일이 아니다. 건강한 자기 진단이라  수도 있다.

문제는 일부 사람들에게서, 특히 자아가 유달리 강한 일부가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동료와 부기장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퇴행적 경향을 보이는 점이다.

이런 이들의 행동 페턴은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는 강한철저한 정글  동물의 본능을 닮아 있다. 세상 사람들을  아래와 위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생존을 위한 동물적 분별심이 너무 강해서 건강한 리더십이나 조화로운 조직 생활을 위한 상호존중이란 기본적 가치를 압도한다.

내가  나서 상대를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은 조종사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저급한 의식 수준이다.
조종실이 그렇게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밀림  적자생존의 원초적 생존 방식에 기초해  복잡한 일을 하려 드는 이들을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리더라면 자신 속에 혹시 남아있을 이런 유아적 본능을  응시하고 경계해야 한다.
나보다 나은 것이 있어야만 존중한다는 생각은 유아적이다.
나보다 나은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걸 발견하지 못한 나의 눈이 오만한 것이다.

하나님! 제가 세상을 당신의 시선에서 바라볼  있도록  세상에 이미 가득 흘러넘치는 당신의 사랑을 알아볼 수 있게 하소서!

작가의 이전글 정직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