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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May 19. 2020

기장님 조종사가 된 걸 후회한 적 있으세요?


왜 그런지 모르지만 이 질문 지금까지 참 많이 받았다. 




세상 사람들이 조종사라는 직업이 좋다고 얘기를 하니 혹시라도 숨겨둔 단점이 있을까 싶어서 였을까?  어쩌면 그걸 핑계로 썩 내키지도 않고 힘들어 보이는 이 길을 가지 않으려는 지도 모른다. ㅎㅎ



내 대답은 한결같다. 



"단 한 번도 조종사가 된 것을 후회해 본 적이 없습니다."



진실한 대답이다. 한때 나의 룸메이트였던 동기생이 비행사고로 죽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얼어붙은 시신이 되어 돌아왔을 때 조차도 나는 이 길을 후회하지 않았다. 



우연히 기회가 주어졌고 지원한 것이지만 이 직업은 나의 젊은 날 모토와도 잘 맞았다. 


"살아서 굴욕을 받느니 분투 중에 쓰러짐을 택하라."


어려워도 이루어 내고 나면 적어도 나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굴욕을 받지는 않을 것 같았다. 


실제로 조종사를 무시하고 굴욕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굴욕을 줄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봐야,  결국 기장이 되기까지 배움을 얻어야 하는 선배 조종사들 뿐이니 사실 굴욕이라고 할 것 까지도 없다. 그들도 젊었을 때는 똑같이 구박을 받으며 지났을 길이라 생각하면 그리 억울하지도 않다. 


어느 항공사라도 조종사를 함부로 대하는 곳은 없다. 그들에 대한 베터핏 Benefit 에는 회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회사나 군대나 지휘부가 대놓고 조종사들을 하대하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들의 사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내가 생각하는 이 직업의 장점 10가지이다. 


지금 힘들게 비행훈련을 받고 있을 조종학생들이나 미래에 조종사가 되고자 꿈을 꾸는 학생들에게 이 열가지 장점이 고난을 이겨낼 힘이 되기를 바란다. 


1. 공군이나 항공사는 조종사들이 몸이 아파서 근무를 못하는 일이 벌이지지는 않을까 건강을 끔찍이 챙겨준다. 건강관리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수시로 겁(?)을 주고 관리해준다. 




2. 민항조종사들은 비행을 하는 시간만 출근하면 된다. 조종사는 회사에 자기 자리가 없다. 비행시간 2시간 전에 출근해 브리핑에 참석하고 비행을 하고 목적지에 도착하곤 보통 24시간의 레이오버 Layover 체제를 하곤 다시 돌아와 집으로 바로 향하면 된다. 




3. 인턴 레지던트를 거쳐 전문의가 되기까지 시련을 겪은 뒤 마침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의사처럼 조종사들도 10여년의 고단한 부기장 과정 이후에 마침내 기장이 되고 나면 그 다음엔 정말 편하다. 눈치보지 않고 비행할 수 있다. 




4. 비행이 없는 날은 하루 종일 시간이 많아서 한량처럼 아내와 장을 보거나 놀러 다닐 수 있다. 




5. 몸이 아파서 비행을 하지 못해도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최대 1년간은 비행수당을 뺀 기본급을 그대로 지급해 준다 




6. 교육훈련에 최소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경기가 나쁘다고 해서 회사로서는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 




7. 보기 싫은 사람을 매일 만나지 않아도 된다. 매번 다른 사람과 비행을 한다. 




8. 술을 잘 못하는 사람들에게 유리하다. 비행을 핑계로 원치 않는 술자리를 피할 수 있다. 




9. 전세계를 공짜로 여행하고 좋은 음식을 모두 먹어볼수 있다. 




10.이 세상에서 별과 은하수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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