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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May 20. 2020

여자로 조종사가 된다는 것



가끔 여성 부기장들과 비행을 같이 하게 된다.


이들을 만날 때마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을 나는 꿈에 어찌 남녀 차별이  있겠냐만은 대부분 남자들도 힘들어 중도에 포기하는 이 일을 어떻게 평생의 업으로 삼으며 버티어 냈을까를 생각하면 마음속에 존경과 연민이 교차한다.


나 자신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먼저 속을 터 놓고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라 비행하는 중에도 그들의 고민을 들을 기회가 많다. 그리고 다른 이들을 통해 그들에게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기도 한다.


"너는 어떻게 된 애가 해가 중천에 뜬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잠을 자니?"


밤새 비행을 다녀온 며느리에게 시어머니가 이렇게 타박을 하더라며 눈물을 짓던 여성 부기장도 있었다.


내가 공군에 있던 마지막 해 즈음에 처음으로 여성 조종사들이 자대 배치를 받아 생활을 시작했다. 이들이 지금은 중령이 되어 있다.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같이 에미리트에 입사한 미국인 여성 동기생 엘렌은 동료들과 같이 승급에 들어가 무난히 기장을 달고 행복한 비행 생활을 즐기고 있다. 쉬는 날에는 스킨스쿠버에 페러 세일링 등 늘 시간이 부족하다. 그녀는 이제 40줄에 접어드는 나이에도 결혼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호주 출신이던 부기장 케서린은 두 아이의 엄마였다. 산후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제자격훈련을 하며 나와 같이 심을 탄 적이 있다. 그녀는 아이를 둘이나 낳고 키우느라 기장승급이 늦어지고 있었다. 다행히도 이렇게라고 끌고 올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남편이 전업주부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딸도 조종사가 되려 훈련에 들어가 있다.

이 길을 가기 전에 질문을 했었다.


"비행을 평생 하겠다고 들면 결혼을 못할 가능성이 큰데 그래도 괜찮겠니? 만약 중간에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 아마 넌 기장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


남자들이 기장이 되는 것에 비할 일이 아닌 정말 어려운 일이다. 두 마리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일이 되기 쉽다.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평범한 여성으로 가정을 이루고 그 안에서 누리는 행복인가 아니면 어디를 가든 만인이 우러러보는 여성기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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