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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Jun 05. 2020

의도적인 경착륙(Firm Landing)


어제 인도 뭄바이에서 Fedex의 MD-11 화물기가 빗속에 착륙하다가 그만 활주로 끝을 오버런 Overrun 이탈하는 사고를 냈다.


이맘때 인도는 우기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거의 매일 폭우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한다.

운 나빴던 페덱스 크루들은 동서방향으로 난 긴 활주로가 아니라 예상대로 남북방향의 짧은 활주로에 내리다 사고를 내고 말았다. 동서 활주로는 공사 중이었을 것이다.


화물을 가득 채운 상태였을 것이다. 우기로 날씨까지 최악이다 보니 만약을 대비해 예비연료까지 충분히 채운 상태였을 것이다. 이렇게 멕시멈 랜딩 웨이트 Maximum Landing Weight (최대 착륙 중량)으로 착륙을 시도했을 것이다. 당연히 무거우면 착륙에 필요한 활주거리가 늘어난다.


우기에 이곳의 활주로는 순간순간 아주 미끄럽고 바람은 변덕스럽다. 정풍인 줄 알고 들어선 활주로에서 마지막 순간에 배풍으로 바뀌기도 한다. 사고 이후에 바람을 살펴보니 몇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바람 방향이 돌아 활주로 방향이 바뀌어 있었다.


그래서 이런 날 착륙을 할 때 기장들은 마음속으로 반드시 반드시 펌 랜딩 Firm Landing (경착륙) 하겠노라 계획을 한다.


폭우로 빗물이 가득 고인 활주로에 '쿵' 하고 내려야 하는데 사실 그것이 쉽지가 않다. 늘 연착륙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일부러 거칠게 내리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승객 입장에서야 언제나 착륙하는 순간에 부드럽게 닿은 듯 만 듯해야 실력이 좋은 기장이라고 판단을 해주실 테지만 사실 어제 뭄바이에서는 거칠게 내렸어야 한다. 그래야 감속이 빠르다.

MD-11이 착륙이 어려운 점도 이번 사고에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거칠게 착륙해야 하는데 이 항공기 특성이 거칠게 내리면 바운싱 Bouncing (착륙 후 다시 튀어 오르는 현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면 착륙 거리가 크게 늘어난다.


9년 전 처음 에미리트에 입사해 훈련 중 이 남북방향의 짧은 활주로에 비슷한 조건에서 착륙을 그것도 야간에 해본 적이 있었다.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훈련 중인 부기장이 우기는 통에 어쩔 수 없이 휠을 넘기기는 했지만 나의 담당 교관은 내내 불안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의도치 않게 그만 생각한 것보다 다소 거칠게 착륙을 하고는 내가 의기소침해져서는 사과를 건넸다.


"죄송합니다. 기장님. 착륙이 조금 거칠었습니다."

"무슨 소리야. 난 자네 착륙이 거칠어서 너무 좋았어. 잘했어!"


표정을 보니 진심이었다.

기장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서 일까? 아니면 거절당할거라 지레짐작한 것일까?

날씨가 안좋은 날 자기가 착륙해보면 안 되겠냐고 물어오는 당돌한 부기장이 점점 줄어들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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