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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Jun 07. 2020

조종사로 두려웠던 적은 없었나요?

Dear Captain Jay

Dear CAPT. JAY

안녕하십니까! 저는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육군 현역 장교로 복무하고 있습니다. 오랜 꿈인 조종사가 되는 것을 이루고자 전역 후에 항공대 APP 또는 한항전 PPP에 지원할 계획입니다. 기장님의 글을 읽다 보니 조종사란 직업이 결코 낭만적이지만은 않다고 느꼈습니다. 혹시 기장님께서 돌이켜보실 때 기억에 남는 아찔했던 순간이나 두려웠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또한,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바쁘신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안전 비행하십시오!

CAPT. JAY의 답변  

저와 비슷한 경력에 이른 조종사들이라면 아마도 대부분


“아~ 그날 내가 죽을 수도 있었겠구나.”라고 생각나는 일들이 한두 개쯤은 있을 겁니다.


통상 두려움은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 때 동반되는 감정이지요.


조종사로서 자기 확신이 없는 시기가 있습니다. 훈련 중인 학생조종사 때, 저 경력 부기장 때, 신임 기장 때 특히 많이 두렵습니다. 이 두려움은 잘 몰라서, 자기 확신이 없어서 오는 겁니다. 시간이 지나 경험이 쌓이고 지식과 기량이 물이 오르면 차츰 두려움이 사라지지요.


전 두 번 죽을 고비가 있었습니다. 여수공항에서 이륙 Roll 중 타 항공기의 후류에 들어가 바다로 추락할 뻔했고요. 비행훈련 중 교관의 실수로 항공기가 저고도(1000피트)에서 조종불능 상태에 들어갔다가 극적으로 회복된 적이 있습니다. 두경우 모두 저의 능력 밖의 일들이었어요.


항공기 사고로 가까운 동료들도 몇 명 잃었습니다.


혹 지금도 여전히 비행하면서 두렵냐고요?


예. 여전히 두렵습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자기 확신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혹 제가 오만해지고 방심한 나머지 막을 수 있었던 사고를 막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입니다.


정성을 다해 준비하고 실행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위협들을


미리 예측하고 피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매 비행마다 기도합니다.


이번 생에서는 나라를 구할 수는 없겠지만 400명의 승객은 구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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