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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Jun 07. 2020

정비사에게 하고 싶은 말

Dear Captain Jay

Dear Capt. Jay

안녕하세요 기장님 항상 글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저는 기장님이 계셨던 5 비에서 라인 정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연락드리게 된 이유는 항상 조용히 기장님 얘기를 페이스북에서 보다가 조종사분들 입장에서 정비사분들이 어떻게 정비를 해줬으면 하는 점이랑 기장님들 입장에서 정비사와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이 불편했던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얘기해 주시면 나중에 제가 정비사가 되어서 조금 더 조종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갑작스럽게 연락드렸습니다.  

항상 안전한 비행 되세요!


Jay의 답변


이렇게 멀리 떨어진 중동의 항공사에서도 종종 듣게 되는 일관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정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항공사의 정비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그리고 우리 공군의 선배 정비사분들이 오래전 그 기틀을 잡으셨습니다.


공군과 대한항공의 정비를 보면서 조종사 입장에서 저는 사실 그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이미 공군에서 CN235라는 최신 항공기를 성공적으로 정비해 내었던 수준을 경험했기에 민항에서의 정비가 다르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공군의 정비는 "더할 나위가 없었다"입니다. 늘 신뢰할 수 있었고 단 한 번도 저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비행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학생 조종사 시절부터 교관 선배들로부터 일관되게 배운 것이, "정비사를 존중하라!"입니다.


혹여라도 조종훈련 중 정비사를 무례하게 대하는 학생은 교관으로부터 혹독하게 꾸지람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공군에서 정비사라는 존재는 그런 위치입니다. 아마 지금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 사납던 조종사들도 정비사와 대화를 할 때는 항상 예의를 갖추고 동료로서 대화하지 계급을 먼저 내세우지 않습니다. 공군의 아름다운 전통입니다.


수송기에는 특히 FLIGHT ENGINEER라고 하는 정비사가 같이 동승을 합니다.
오래전 전설처럼 전해 내려 오던 이야기, C-46, C-123가 날아다니던 시절, 선배들로부터 어느 선임 FE의 전설 같은 무용담을 들었습니다.


어느 날 포항 앞바다에 나가 해상 500피트 고도에서 탐색구조 훈련을 진행 중, 뒤에 있던 FE가 찌푸린 얼굴로 정조종사의 어깨를 두드립니다.


"0 대위님, 그만 하고 올라가시죠."


"왜요?"


"곧 엔진이 꺼질 것 같아요. 소리가 안 좋아요."


"아, 그래요? 그럼 빨리 올라갑시다."


그렇게 훈련을 중단하고 상승을 하며 만약을 대비해 보조 제트엔진을 작동시키 무섭게, ’푹 푹 푹’ 하더니 바로 한쪽 엔진이 꺼지더랍니다.


제가 중위로 비행을 하던 시기에도 그분은 여전히 CN235 FE로 비행하고 있었습니다. C-123를 탔던 선배 조종사들은 이들 선임 FE에 대해 일종의 경외심마저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10년간의 군생활중 수송기 조종사로서 FE로부터 큰 도움을 여러 번 받았습니다. 그들이 아니었더라면 사고로 발전했을지 모를 순간에, 경험 많았던 이분들의 도움으로 제시간에 멈추어 설 수 있었습니다.


군생활중에 저 자신도 정비사를 동료로 대했지, 단 한 번도 계급을 먼저 내세운 기억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대부분의 공군 조종사들도 그러했습니다.


아마 질문을 해주신 공군 후배님은 이제 막 정비사 생활을 시작하신 분 같습니다.


그저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늘 하는 얘기지만, 전문가로 성장을 하기 위해 대학 학위도 틈틈이 공부하시고 영어도 결코 게을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비행단에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주위 사람들이 제일 먼저 찾는 정비사가 되시길 바랍니다.


한여름 주기장에서 공군의 누구보다도 많은 땀을 흘리시고, 한겨울 주기장에선 해도 뜨기 전 이른 새벽에 출근해, 주기장의 불을 환하게 밝히고는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도 히터로 항공기를 먼저 예열해 주시던 여러분들의 노고를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공군을 거친 조종사로서 늘 감사했고 오늘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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