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을 깨기

Break the Rules

Crew members shall not enter the avionics compartment of an aeroplane in flight.
비행 중 크루는 AVIONICS COMPARTMENT(컴퓨터실)에 절대 들어가서는 안된다.
항공 용어에 SHALL과 MUST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절대명령을 의미한다. 예외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공군에서 비행훈련을 받기 시작한 이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던 단어가 바로 ‘융통성’이다. 규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조종사가 최선의 판단을 내려 RULE BREKING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는 의미이다.
비행은 RULE 만 따라서는 안 되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분야다. 그래서 여전히 한국에서는 ‘융통성’이라는 단어로 영어로는 ‘RESILIENCE’라는 단어로 조종사의 RULE BREAKING을 허용한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조종사 채용 인터뷰 질문은 다음과 같다.
“당신은 지금까지 규정과 절차를 의도적으로 어겨 본 적이 있습니까?”
이 질문에 만약 “저는 지금껏 단 한 번도 RULE을 어겨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한다면 지원자는 100% 탈락이다.
비행은 그런 곳이 아니다. 룰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잘 깰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연구해야 하는 곳이다.
동일한 질문을 에미리트 인터뷰에서 받았다.
“당신은 지금까지 규정과 절차를 의도적으로 깨어본 적이 있습니까?”
주저함 없이 대답했다.
“저는 비행 중 AVIONICS BAY에 출입해 보았습니다.”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인사부 소속 인터뷰어의 멍한 표정과는 달리 777 기장 미셀은 곧바로 눈을 치켜뜨고는 바로 나를 노려보았다. 이런 경우가 ‘작두를 탔다’라고 하는 경우다. 잘되면 통과지만 평가관을 설득하지 못하면 바로 탈락하게 되는 ‘도박’이다.
“이륙 후 화장실 FLUSHING이 전체의 절반(왼쪽 열 화장실)에서만 되는 상황에서, 정비본부에서는 그곳에 내려가서 CIRCUIT BREAKER가 혹시 뽑혀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때 내려가서 확인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괌으로 회항을 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객실 승무원들은 지상에서 FLUSHING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실수를 하였고, 정비부서는 화장실 점검 후 CIRCUIT BREAKER를 제위치로 돌려놓지 않는 실수를 한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는 내려가기로 결정했고 스위치가 뽑혀 있는 것을 확인 후 다시 RESET 하여,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고 12시간의 비행을 회항 없이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동일한 일이 발생한다면 또다시 내려갈 겁니까?”
퉁퉁한 미셀 기장이 알 수 없는 오묘한 미소를 지은채 안경 너머로 나를 바라보며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동일한 상황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종합통제실에 연락을 하고 그곳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역시 내려가서 SWITCH를 RESET 하겠습니다.”
DAY 3 종합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이었다.  

“축하합니다. JAY 당신은 DAY 3 인터뷰를 통과하셨습니다.”
인생은 코드다. 코드에 맞추면 작두를 타고 춤을 추어도 다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