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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조종석 내의 기침 에티켓

오늘 이야기는 조종석 내에서 지킬 기침의 에티켓입니다.

벌써 "아~ 기장님 저 그거 알아요"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으실 줄 압니다. 먼저 고개를 돌리고 입을 막을 손수건이 있으면 그것을 사용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손이 아닌 팔을 들어 올려 엘보우 근처의 소매에 입을 막은 상태로 하는 것이지요.
그것 맞습니다. 모두들 잘 아시지요?  

그런데 우리에겐 생소한, 그리고 어디에도 쓰여있지 않은 기침의 에티킷이 하나 더 있었더군요. 제가 둔한 것일 수도 있으니 혹 이미 아셨던 분들은 제게 타박은 말아주세요. ^^


저의 친한 친구 영국인 조나단은 저와 얘기를 하다 재채기가 나오면 고개를 돌리고 팔을 올려 입을 막고 여기까지는 동일합니다. 그리고 기침을 하는데 그 소리가 아주 작습니다. 재채기인지 조차 구분이 안될 정도인 작은 소리에 그 방법이 신기했지만, 그의 비밀을 알고자 따로 질문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모습이 기침을 억지로 억누르는 듯해서 일단 폐에 압박이 심할 것이라는 인상이 들어서 입니다.


여러 번 보면 물어보지 않아도 깨닫게 되더군요. 조나단만이 아니라 그간 거의 모든 조종사들이 칵핏에서 그렇게 조용한 재채기를 하고 있었다는 걸 최근에서야 깨달았네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재채기가 나오려 할 때 얼른 조근조근 숨을 내 쉬어 폐 속에 공기를 최소화합니다. 그러고 나서 마침내 나오는 재채기는 그 소리가 그저 작은 헛기침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잘 되지 않습니다. 몇 번의 연습이 필요합니다. 발살바가 연습이 필요하듯 이것 역시 서너 번의 연습을 하면 금방 익숙해집니다.


익숙해지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주위가 떠나갈 듯 재채기를 하게 되는 난감한 결례를 피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연습해 볼까요? 먼저 재채기가 곧 나오려는 증상이 느껴질 때 조근조근 숨을 코와 입으로 내어 쉬어 폐 속의 공기를 제거합니다. 잠시 재채기가 나올 때까지 숨을 참고 기다립니다. 그리고 재채기를 합니다. 나올 공기가 남아있지 않으니 소리는 그저 잠긴 목을 풀기 위한 헛기침 정도에 그칩니다.
어때요. 쉽지요?


좁은 칵핏에서 어깨를 마주한 조종사들에게는 더더욱 중요한 매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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