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엽기 음주문화에 대하여
오늘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던 우리의 술 문화에 대해서 그 기원을 살짝 공개할까 합니다.
여러분은 우리 폭탄주의 기원이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대학 시절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 겸 MT를 가면 늘 빠짐없이 등장하던 담배꽁초 둥둥 떠다니던 엽기적인 양동이 속의 잡탕 술의 기원이 어디인지 혹시 궁금한 적 없으셨나요?
구정물 같은 양동이 속 술을 한잔 떠서 마시고 머리 위에 털어 다 마셨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던 전통은 도대체 누가 시작한 것일까요?
그리고 이어지는 선후배 간의 야자타임은 또 언제 누가 시작한 전통일까요?
이 모든 대학가나 군대의 우리가 조금 혐오하던 엽기적(?)인 음주 문화는 사실 우리나라의 전통이 아닙니다. 이럴 수가~
자료에 따르면 이 엽기적인 음주문화는 17세기 영국군에서 처음 시작된 전통입니다. 이 전통은 특히 영국 해군에서 더욱 격식 있는 (FORMAL)한 전통으로 공식 인정을 받았고 지금도 영국군과 영국의 식민지를 경험한 많은 국가에서는 매년 단합을 위한 공식 행사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가까이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도 완벽히 똑같지는 않지만 변형된 형태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영국군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아 미군도 동일한 전통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 공식 파티를 "DINING IN 또는 DINING OUT"이라고 부릅니다.
이 파티에는 반드시 정복과 전투복을 완벽하게 갖추어 입고 참석해야 합니다. 대대 지휘관부터 가장 아래 준사관까지 참석하며 시작은 아주 근엄하게 국민의례부터 내빈 소개로 이어지고 이때에는 대대 운영에 도움을 주신 외부인사들이나 군목 등이 초청을 받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아주 근엄한 공식 저녁식사를 상상하시면 됩니다.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위에서 제가 언급했던 우리도 익숙한 엽기적 ‘벌주’ 시간입니다.
통상 폭탄주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양동이는 이곳에서는 ‘화장실 변기’가 사용됩니다. 그리고 대대원들 한 명 한 명이 자신들이 준비한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반드시 섞어 넣어야 한다고 비장한 연설을 한 이후에 술이나 기타 이물질을 변기에 투척합니다.
이 이물질은 우리가 잘 아는 그런 것 들입니다.
사랑하는 연인의 속옷부터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 양념까지 최고의 투척물에는 포상도 주어집니다.
그저 ‘술’을 따라 넣을 때는 반드시 자신이 입을 대고 크게 몇 모금 마시고 부어 넣어야 합니다. 잔 돌리는 것 우리만 하는 미개한 전통 아닙니다.
이어서 행사는 여러 가지 벌칙을 부여하는 아주 FORMAL 한 형태 속에서 역설적으로 아주 CASUAL 한 벌주 시간으로 이어집니다. 돌아가면서 조금씩 부대마다 다른 황당한 벌칙, 가령 우리로 치면 하고 싶은 말을 할 때 영어를 사용하면 벌주를 마셔야 한다거나, ~~ 합니다.라고 말을 하면 벌주를 마셔야 하는 식으로 룰을 정해 대대원 한 명 한 명이 모두 앞에서 발언할 기회를 줍니다. 이때에는 우리로 치면 야자타임도 같이 주어지며 모욕(?)을 당한 지휘관은 전통에 따라 절대 화를 내어서는 안 되고 화를 낼 시에는 벌주를 마셔야 합니다.
그리고 야자 타임 형식으로 지휘관에게 들이대는 대대원은 할 말을 다 하고 나서 벌주를 마시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이때 벌주를 다 마시고 나면 머리 위에 털어서 증명합니다.
이 전통은 현재에도 미공군의 아주 중요한 연례 공식 행사입니다.
이것이 한국전쟁을 통해 우리에게도 전해져 지금까지도 대학과 군대 내에 남아서 그 의미는 잊혀진 채 그저 엽기적인 음주문화로 남게 된 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평상시에 지휘관과 대대원 사이에 고조되던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공식적으로 허용되는 매우 격조 있는 파티의 형식을 빌어, 잠시나마 ‘일탈’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영국과 미국 군대의 400년을 내려온 MILITARY HERITAGE입니다.
한국 공군 비행대대의 대대 창설 기념 파티가 이와 가장 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