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항사에서 기장 JOB을 한다는 것이 분명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아무리 한국에서 영어를 잘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더라도 결코 원어민을 따라갈 수는 없으니까요.
이곳에서 부기장 생활을 할 때에 저를 가장 힘들게 한 것도 원어민 기장과 원어민 스텝 간에 대화를 제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초라해지는 느낌을 수도 없이 참고 인내하면서 그래도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버틴 시간이 4년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기장승급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기장승급을 거치면서 영어가 더불어 빠른 속도로 늘더군요. 기장 잡을 수행하기 위해 Communication 능력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킬이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행스러운 것은 기장으로 비행을 할 때 이제부터는 모든 기준이 비원어민인 저의 수준이 기준이 된다는 것입니다. 원어민의 영어가 암초를 만나는 순간이죠.
하루는 비행 중 환자가 발생해서 인도인 부사무장이 조종실에 들어왔습니다. 들어오자마자 이 친구 저를 향해 속사포처럼 빠르게 그간의 상황을 '와르르' 쏟아내더군요.
한 1분 안에 그간에 있었던 환자의 상태며 조치를 다 말했으니 얼마나 빨랐는지 상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를 바라보며 제가
"너 그거 알아? 그렇게 빠르게 얘기하면 너만 손해야. 왜냐하면 내가 이해를 못하면 처음부터 다시 얘기해야 하거든. 그리고 기장인 내가 이해 못하면 전혀 진도가 안 나가겠지?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자 ~ 숨 한번 들이키고 다시 천천히 얘기해봐."
외항사에 비원어민 기장으로 일하는 것이 그렇게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냥 원어민 크루들이 저를 이해를 못 시키면 그들이 잘못한 겁니다. 반성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