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의 죽음

by 캡틴 제이


어릴 적 동네에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들 하나를 둔 늙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노 부부는 나이가 들어 농사일도 힘에 부쳤는지 하루는 집안에 마당 가득히 채울 커다란 비닐하우스 한동을 세우고는 그곳에서 닭을 키우기 시작했다.
서로 오가며 사정을 아는 사이인지라 그 사이에 병아리가 커가며 만들어내는 오물 냄새와 시끄러운 소음에도 누구 하나 싫은 내색 하는 이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학교에 다녀오며 노인 내외가 살던 집 앞 골목에 다다르자 동네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마당 한 귀퉁이에 두 노인네가 쭈그리고 앉아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한 눈으로 땅바닦만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한쪽 구석에는 누가 걸어두었는지 검은 가마솥 두 개가 초여름 더위 속에서 이미 활활 타오르는 장작이 더 하는 열기 속에서 물을 펄펄 끓여 데고 있었다.


"저걸 어째, 어휴.. 불쌍해서 어째.. 쯔쯔쯔"


몇몇 동네 남자들이 나서서 분주하게 오가는 것이 보였다 . 아직 어렸던 나는 옆집 아주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상황이 겨우 이해가 되었다.


"닭이 더위를 먹었댜.. "
"그럼 어떻게 되는데요?"
"곧 다 죽지.. "
그리고 아주머니가 가리키는 구석을 바라보니 벌써 한 무더기의 닭들이 반쯤 감긴 눈을 간신히 껌벅이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아줌마, 그런데 저쪽엔 닭들은 아직 모이를 먹고 멀쩡한데요?"
"아녀. 그 녀석들도 곧 시름시름 앓다가 며칠 못 넘길 겨. "


동네 남자들이 나서서 죽은 닭들은 한쪽에 모아 모양 사납게 쌓아두고는 아직 살아 있는 것부터 끓는 가마솥에 넣어 털을 뽑고는 한 마리씩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얼마를 받았는지 아니면 그냥 공짜로 내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경황이 없기는 매 한가지였다.


그렇게 마당에 비닐하우스를 치고 닭을 키우던 노인들의 생전 마지막 농사는 닭들이 제대로 커보지도 못하고 비극적으로 끝이 났다.
그 충격 때문인지 다음 해엔 할아버지가 그리고 몇 해 뒤에는 할머니 마저도 황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두 분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혼자 남은 아들이 그제야 동네 사람들 눈에 뜨이기 시작했다. 평생을 돌보던 부모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어쩔 수 없이 밖에 나온 그가 한 일이라고는 가끔 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정도였다. 그렇다고 어디가 아픈 사람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말수가 없어 동네 사람 누구와도 교류가 없어고 그렇다고 특별히 직업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그렇게 십수 년이 지나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렸다.
추운 겨울 얼음장같이 차가운 방에서 혼자 얼어 죽었다고 동네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그간 빌려다 쓴 빚을 내어준 이가 집을 넘겨받아 새로 손을 보고서는 외지인에게 세를 주었다는 소리도 이어서 들렸다.


나보다는 10살 이상 많았을 그의 생을 생각하다 문득
'그는 한 평생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변한 직장을 가져본 적도 없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집 밖을 나가본 적도 없고 나이 든 부모를 도와 농사를 지어본 적 도 없었다. 정말 그는 한평생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겨울날 말 그대로 혼자서 얼어 죽었다.


미움과 갈등이란 우리가 무엇인가가 되려고 하는 욕심 때문에 일어나는 감정이라 본다면 그는 그 어떤 욕심도 없는 듯 평생을 살았다.


평생 누구에게 해를 끼쳐본 적도 없었고 그렇다고 도움을 준 적도 없는 그냥 혼자 조용히 살다가 지나갔다.

동네 사람 누구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그가 좋은 사람이었다거나 나쁜 사람이었다거나 하는 말조차 하는 이가 없었다. 그저 그런 자식을 평생을 뒷바라지만 하다가 쓸쓸히 세상을 떠났던 두 노인네에 대한 안타까운 얘기만 남았을 뿐이다.


어쩌면 그는 ‘지극히 이기적인 깨달은 자’ 였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랬다면 그가 깨달았을 진리는 세상에 무엇을 남겼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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