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조금 수다스러운 프랑스 친구가 하나 있다. 10여 년 전 지금 일하는 항공사에 거의 비슷한 시기에 입사를 하고 기장승급 시기도 엇비슷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질 기회가 있었다. 그런 친구가 2년 전쯤 한국의 한 항공사로 회사를 갈아탔다. 직장을 옮긴 첫해 다행스럽게도 그는 무난하게 적응을 해 나가는 듯 보였다.
그런 그가 하루는 엉뚱하게도 한국인의 '말버릇'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1년을 지내보니까 말이야. 너희 한국인들은 말할 때마다 이상한 소리를 내더라고. 입술을 살짝 열고 윗니와 아랫니를 붙인 상태에서 숨을 들이켜면서 '쓰으으'하는 소리를 내는데 난 그 모습이 아주 재밌어. 그런데 아직까지 확실히 그 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혹시 뭔 뜻인지 알겠어?"
그의 설명을 듣고서 처음엔 한국어에 영어의 'TH 사운드" 즉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혀를 물고는 바람을 불어내며 '쓰으으'하고 불어내는 발음이 있다는 말처럼 들려서 순간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리 오래지 않아
"아하! 그 소리!"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한국사람들은 확실하지 않은 질문을 받으면,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며 '아니야!'라고 말해야 하는 부정적인 대답을 하기 전에 뜸을 들이며 입술을 과장되게 열고 위아래 이를 붙인 상태에서 바람을 들이키며 약간 인상을 쓴 상태에서 "쓰으으으"라는 소리를 낸다.
외국인 기장의 시선에서 비행 중에 한국인 부기장들이 자주 똑같은 소리를 내는 것이 그의 눈에 신기해 보였던 것이다.
이러한 독특한 민족의 관습이나 습관은 사실 외국인의 눈에 뜨이기 전까지는 우리 스스로는 거의 인지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이야기가 신기해서 비행을 하다 생각이 날 때마다 세게 다른 나라 출신의 승무원들에게 우리의 '쓰으으'소리를 들려주고는 대화중에 이 소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추측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지만 프랑스인 친구의 말처럼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캐나다의 토론토로 향하는 비행 중에 그날 나의 옆을 지키는 캐나다인 부기장에게 이 소리를 들려주었는데 놀랍게도 이 친구가 그 뜻을 바로 이해했다.
"그거 토론토 근처 우리 마을 사람들은 똑같은 의미로 쓰는데..."
놀랍게도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서로 공유하는 것이 전혀 없을 것 같은 북미 캐나다 토론토 인근의 한 마을 사람들이 한국인들만이 낸다고 생각했던 '쓰으으' 소리를 동일한 의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 어디에서 우리 한국인과 이 캐나다인의 공통 선조의 뿌리가 만났을까?
지금은 서로 언어도 피부색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우린 그 옛날 어느 지점에서 분명 서로 만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