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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비행교관의 자격

교관의 자격

[교관은 스승이고 스승은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사람이다.]
시절이 변하긴 했어도 유교사상이 뿌리 깊은 한국에서 여전히 스승은 존경받아야 마땅한 성스러운 대상입니다.  

그런데 조종사들이 비행훈련을 통해 기억하는 우리 교관의 모습은 어떤가요?


타의 모범이 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가요?
아니면 타의 모범이 절대 되지 못할 사람이 교관이었던가요?


단정적으로 대부분이 이렇다고 말하진 않겠습니다.
그래도 적어도 우리는 한두 명쯤 절대로 '그 사람은 교관이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어'라고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대한항공에 막 입사 후에 A330초기 교육 중 저에게는 두 분의 교관이 배정되었습니다.


정교관, 부교관. 이 두 분의 스타일은 극과 극이셨어요.


초기 정교관과 대부분 OE훈련을 타던 중 저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전혀 교감이 되지 않는 사람. 이분은 동남아로 가는 6시간가량의 야간비행에서 이륙한 후에 조종석의 모든 등을 최저로 낮추고 한마디 말도 없이 6시간을 날아갑니다. 교관 행위도 없고 대화도 없었습니다.


깜깜한 밤에 그냥 학생조종사가 창밖의 별빛과 조종석의 계기만 번갈아 바라보며 그냥 멍하고 날아갑니다.


그리고 훈련이 중반에 들어섰을 때 하루는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개선이 안되면 추천해 줄 수 없어요. 생각해서 해주는 말인데 지금 연장 훈련에 들어갈 상황이에요. 경각심을 가지세요."


그러던 어느 날 차가웠던 그가 갑자기 스케줄에서 빠지고 무슨 이유인지 부교관이 저와 비행을 하기 시작합니다. 훈련 종료까지는 이제 약 10소 티 정도가 남아있는 상태였고요.


이분의 스타일은 정반대로 이륙해서 순항에 들어가면 야간에 칵핏 등을 최대로 밝힙니다. 그리고


"I HAVE CONTROL, I HAVE RADIO"(비행과 교신을 모두 혼자 하겠다는 뜻)


"자네는 지금부터 내가 하는 질문에 대답만 하면 되는 거야. 룰은 간단해. 비행은 걱정 마. 내가 다 할 거니깐. 내가 질문을 하면 최대한 알고 있는 한도에서 최선을 대답을 해봐. 그리고 내가 아니라고 하면 저 뒤에 있는 매뉴얼에서 답을 찾아서 나에게 보여주면 되는 거야! 쉽지? ㅋㅋㅋ"


그날 밤 6시간 동안 밤새워 쿠알라 룸 프루까지 날아가는 사이 조종석 구석에 비치된 운항 매뉴얼 키트가 한 번 두 번 세 번 총 세 번 꺼내져서 쌓였다 다시 들어가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이분은 다음날 돌아오는 길에 바람이 좀 심하게 부는 인천공항에서 저에게 휠을 다시 넘기시고는


"그냥 편하게 하면 돼~ 잘 보이려고 하지 말고 자네가 군에서 하던 데로 안전하게만 내려봐~"


그리로 착륙.


"역시~~~ 참 잘한다~~~. 자네 ACE야.~~~
연장 없어도 되겠어. 내일 모래 평가니까 그렇게 알아!"


——————-


지금 두 분의 교관님을 기억하며 조종사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교관은 어떤 모습이었습니까?


존경할 만한 스승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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