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불편한 감정

by 캡틴 제이

마음이 산란할 때마다 손에 다시 펼쳐 드는 책이 있다.
한 10번쯤 읽었을까. 페이지마다 밑줄을 긋고 또 긋고 메모를 깨알같이 추가하기도 한다.

얼마 전 그 책을 다시 펼쳐 들고는 한 반쯤 읽었을까.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발생한 현상으로 인해 발생한 나의 심적 고통을 덮으려는 의도가 명백한 행위인 이 독서가 무슨 도움을 주는 것인가라는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나의 감정과 상처를 통증 치료하는 수준의 일이라는 깨달음이었다.

사람의 감정에 대해 깨달은 이들이 하는 말 중에
"그게 너야!"
너의 감정이 아니라 감정 자체가 너라는 가르침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더 나아가 그를 미워하는 나를 미워하는 이 감정이 통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사실은 받아들여야 하는 '나'라는 사실을 이해하면 문제는 사라진다.

평생 귓속을 울리는 이명처럼, 나이가 들어 갑자기 생긴 내 몸속의 암세포처럼, 우리의 감정은 결코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나 자신이다.

오직 불편한 감정의 폭주를 막는 유일한 길은 어느 스님이 제시한 테크닉처럼 그저 나 자신을 그런 환경에 덜 노출시키는 것뿐이다.

내게 죄의식을 심어주는 부정적인 사람을 피하고, 폭력적이고 악한 마음을 불어넣어주는 미디어를 멀리하는 노력이 지금으로선 생활인인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다.

스님이 되어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하안거를 한다 하여 여건이 더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잠시 현실을 도피했을 뿐 근본적인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으니 절이나 속세나 자기 하기 나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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