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지금 내가 바라보는 세상과 나의 삶

by 캡틴 제이




비록 고통스러운 한 해를 지나고 있지만 내년 후반기 정도에는 항공산업은 확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다시 직원을 채용하고 사람들도 마치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해외여행에 다시 열을 올릴 것이다.


4, 5년이 지나면 조종사가 부족하다고 다시 아우성을 부릴 지경까지 다다를 것이다.


지금 오십을 넘긴 나도 그렇게 무난하게 60까지 비행 생활을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 일찍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일을 드디어 찾았기 때문이다.


최대한 오랫동안 현역으로 남아 비행한다면 돈이야 더 모을 수 있을 테지만 그렇게 돈을 모아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물음에 이제야 스스로 답을 찾은 것 같다. 부질없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


고등학교 이후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하나의 산을 넘으면 그다음 산, 또 그리고 그다음 산까지. 정말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쩌다 올라탄 호랑이 등에서 떨어지지 않겠다고 부여잡고 버티어냈던 것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생 배우고 아는 것이 비행밖에 없는 사람이 다른 일을 시작하여 돈을 벌자고 들면 그것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 없다. 돈을 벌자고 들면 그대로 남아서 오래오래 비행을 하면 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돈이 되는 일이 아니다.


은퇴 후 살고 싶은 집들을 살펴보면서 그간 알게 모르게 나의 눈높이가 많이 높아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박한 듯 말하고 행동하지만 나는 더 이상 소박하지 않은 단맛을 이미 봐버린 나이 든 중년이었다.


돌을 쌓아 축대를 만들고 돌담을 만들고 집의 외벽을 이루는 일을 살펴보면서 이 일이라면 내가 오랫동안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스승에게 배워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돌을 돌려 옳은 방향을 찾고 자르고 깎는 일에는 오랜 시간이 걸려 결코 성질이 급한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일이다.


이 모든 특징이 나에게 꼭 들어맞는다. 빨리 할 수 없고 스승을 두어야 하고 평생 오래 할 수 있는 일.


내 인생에서 비행은 우연히 시작한 일이라면 돌담을 쌓는 일은 진정 이번 생에서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이다.


조종사 후배들이여. 선배 한 명이 방금 조금 일찍 은퇴하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다. 그대들에게 기장 자리 하나가 조금 일찍 늘어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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