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을 더 좋아하던 조종사

by 캡틴 제이




매뉴얼 기어로 된 택시를 10년 이상 몰았던 기사가 회사에서 새로 구입한 오토매틱 차량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헤매는 일이 가능할까?


자동차라면 이해하기 힘들지만 비행기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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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교관이 지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얼굴이 벌게 질 정도로 화를 내고 있다. 그는 방금 시뮬레이터를 정지시켰다.




"도대체 몇 번을 이야기해야 해. 거기서 강하를 시작할 때 버튼을 누르면 모드가 깨진다고~~ VNAV 접근 모드를 아직도 이해가 안 돼? 당신 이전에 뭐 타다 왔어?"




최소 3000시간 이상, 평균 5000시간 이상의 고 경력자들만 뽑는 이 중동 항공사의 777 초기 전환 교육에서 지금 인도네시아 출신 조종사 루스리가 며칠째 비정밀 접근 VNAV APPROACH를 이해하지 못해 번번이 모드 컨트롤 패널 Mode Control Panel을 세팅하며 실수를 연발하고 있었다. 급기야 교관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




"BAE-146 기장으로 5000시간 탔습니다."




풀이 죽은 얼굴로 이 말을 내뱉곤 그의 얼굴이 순간 고통스러운 자책으로 일그러졌다.




교관 마이크가 이 대답을 듣고는 순간 눈에 잔뜩 들어갔던 힘이 풀리는 것이 보였다. 지금 교관은 당장이라도 훈련을 중지시키고 그를 훈련부 자격심의에 회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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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말이 없었다.




BAE 146는 크기는 CRJ 보다도 작은데 4발 제트엔진이 달린 구형 아날로그 계기판을 가진 항공기로 이제는 아프리카 등 낙후된 지역에서 화물기로 남아있는 기체다. 그에 반해 그가 탈 777은 조종사 앞에 설치된 커다란 TV 모니터가 6개 안에 모든 계기가 통합되어 있는 글래스 칵핏 Glass Cockpit 항공기이다.


둘은 전혀 다른 세대의 항공기이고 계기판 구성에 공통점이라고는 자세계와 일부 엔진 계기 정도로 채 10%로 안된다.




좀 전까지 씩씩거리며 화가 나 어쩔 줄 모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서 있던 교관이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당신이 훌륭한 BAE 146 조종사였다는 걸 지금 내게 증명해! 그러면 내가 당신을 책임지고 VNAV 접근을 마스터할 수 있게 훈련을 계속할 테니까."




그러면서 그가 손짓했다.




"오토 쓰로틀 암 스위치 Auto Throttle Arm Switch 오프, 플라이트 다이렉터 스위치, Flight Director Switch 오프, 그리고 오토 파일럿 오프, 그리고 엔디 ND(Navigation Display)를 헤이치 에스아이 모드 HSI Mode로 바꿔!"




"자 지금부터 완전 매뉴얼로 자네가 그 아날로그 BAE 146를 탈 때 하던 방식대로 좀 전의 비정밀 접근을 다시 해보는 거다. 완전 매뉴얼 상태에서 자네가 훌륭하게 접근을 해내면 그땐 내가 사과할게. 자 시작!"




그가 약 5분 후에 심에서 777을 아주 부드럽게 활주로에 접지시켰다.




"활주로 상에 정지합시다. 파킹 브레이크는 걸지 말고요. "




"파킹 브레이크 셋!"




이 스탠더드 콜을 한 뒤 루스리가 뒤를 돌아다보았다.






"루스리, 아주 훌륭했어! 당신은 의심할 여지없는 훌륭한 조종사야. 그럼 약속대로 다시 VNAV 접근 훈련을 시작하지. 먼저 Auto Throttle, Flight Director Switch를 켜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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