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의사가 공동운명체라면?

by 캡틴 제이


진상 손님 하나 때문에 장사를 접어야 하는 집주인의 마음이 오죽할까요?




평생을 준비한 레스토랑에 신분증을 위조하고 들어와 술을 마신 청소년들 때문에 영업정지를 당한 사장님은 또 어떨까요?




비행도 그렇습니다. 100번을 비행에 나서면 아흔아홉 번은 아무 일 없이 그냥 부기장에게 모든 것을 맡겨두어도 잘 해낼 수 있을 법합니다.




그런데 그 나머지 한 번의 이륙과 착륙이 생과 사를 가르고 기장인 나와 수백 명 승객의 인생을 결정지을 수 있기에 이 일이 어렵습니다.




이전 글에서 이 일이 응급실 의사 같다고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피부가 조금 까지거나 베이고 다리나 팔이 부러진 환자가 들어오면 환자 본인이야 고통스럽겠지만 의사 입장에선 차분하게 처치를 해주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의식이 없는 환자라면 어떨까요?




어디가 문제인지 모를 바이탈 Vital 이 위중한 환자가 들어와 눈앞에 누워 있다면 이젠 비상 Emergency입니다.




이틀 전 빗속에 착륙하다 활주로를 오버 런 Overrun 하는 사고를 내고 조종사 둘을 포함해 다수의 사상자를 낸 에어 인디아 익스프레스 737 항공기(Air India Express AXB1344) 의 조종사는 그 일백 번 중 한번 만나는 함정을 이날 저녁 안타깝게도 피하지 못했습니다.




결정적 사고 원인을 이 단계에서 추측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겠지만 몇 가지 그날 밤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는 미디어에 정보가 공개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착륙하기에 최악인 순간에 공항 상공에 도착했다. 일단 시작부터 운이 없었네요. 아래에 붙임 한 레이더와 항공기의 비행 진행을 연동한 영상에서 확인되듯이 그들은 폭풍의 정중앙이 활주로 상공에 위치한 상태에서 1차 접근을 시도했다 실패하고 약 30분의 홀딩을 한 뒤 두 번째 접근을 시작해 착륙 후에 사고를 냈다고 뉴스는 전합니다.




두 번째 접근에서는 1차 접근과는 반대방향의 활주로 Runway 10 방향을 선택했고 이때 배풍이 10 나트 정도 부는 상황이었습니다. 물이 흘러넘치고 있을(이를 Standing Water라고 부른다) 활주로에 배풍 10 나트 그리고 승객이 가득해 최종 접근 속도도 아주 빠른 상태로 접근해 접지 후 수막현상에 의해 미끄러져 제동력을 상실하고 활주로 오버런한 사고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일반적인 활주로였다면, 아니 만약 그들이 동쪽이 아닌 서쪽 방향으로 착륙하였다면 활주로를 이탈하는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였더라도 사상자수가 그리 크지 않았을 겁니다.




해당 공항은 Table Top 형태로 활주로 동쪽 끝은 큰 낭떠러지 그리고 건물의 담장이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사고기의 조종사들이 사망한 이유입니다. 대부분의 우중에 발생하는 활주로 이탈 사고는 이렇게 까지 큰 인명사고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정리를 해보면




우선 여기에서도 항공사고의 '스위스 치즈' 이론이 들어맞습니다.




최악의 날씨, 복행, 조종사의 활주로 변경 요청과 배풍 착륙 그리고 채 3000미터가 안 되는 짧은 활주로에서 폭우로 미끄러운 활주로상에 1000미터를 지난 지점에 롱 터치다운했습니다. 폭우로 시정마저 2000미터 정도 였으니 착륙은 더욱 힘들었을 겁니다.


여기에 더해 활주로 끝에 위치했던 낭떠러지와 설상가상으로 그 끝에 누군가 지어둔 벽돌로 지은 건물까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저 운이 없었다고만 말하기엔 너무 많은 부분이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응급실이었다면 '환자'를 살릴 수 있었습니다. 열악한 응급실에서 무리하게 수술에 들어가 환자가 Table Death에 이른 경우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항공사고에서는 응급실과는 다르게 환자와 의사가 공동 운명체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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