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의 작은 섬 디에고 가르시아 이야기

by 캡틴 제이


Diego Garcia

유럽과 호주 사이를 최단거리(대권항로라고 부른다)로 연결하면 중간에 대략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섬 아래를 지나게 된다. 섬을 왼쪽으로 끼고 비행하다 오른쪽을 바라다보면 그곳이 말레이시아 항공 777이 사라졌던 인도양의 망망대해다. 종종 디스 페쳐가 최선이라고 선택한 비행경로가 인도양 깊은 곳까지 들어간다.


직접 비행하는 조종사들이야 가급적 길게 늘어선 수마트라 섬을 좌측에 끼고 남동쪽으로 진행하다 호주 북단으로 이어지는 루트를 선호한다. 그럼에도 이렇게 대권이 아닌 항로로 비행이 계획되는 것은 때에 따라 인도양 상공에 강한 북서 편서풍( 제트 스트림) 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편서풍은 매일 그 위치가 지구 자전의 영향을 받아 변화한다. 이 제트 스트림위에 777을 올려둘 수만 있다면 자그마치 시속 300킬로미터의 배풍을 받을 수 있다. 지구 자전이 만들어준 ‘하늘 위의 공짜 내리막 고속도로'라고 부를 만하다.


대양을 횡단하는 컨테이너 선 위에 엔진 추력 이외에 갑판 위에 커다란 돛을 매달고 뒷바람을 받으며 항해하는 상상을 해보자. 이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이렇게 인도양 깊게 들어와 비행하면 좀 불안하지 않을까? 최인근 자카르타 공항까지는 거의 두 시간 거리다. 다행히도 디스페쳐가 믿는 구석이 하나 있다. 바로 인도양 한가운데 위치한 '디에고 가르시아' 섬 때문이다. 비상이 발생하면 이곳을 대체공항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깊게 인도양 안쪽으로 비행경로를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섬의 현재 주인은 영국이다. 그런데 정작 들어와 살고 있는 세입자는 미국 해군이다. 태평양의 정 중앙에 있는 하와이와 괌처럼 디에고 가르시아는 인도양 한복판에 자리를 잡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괌에서 이륙한 폭격기들이 디에고에 착륙해 연료를 급유하고 다시 비행해 중동으로 날아가 폭격을 하고 돌아올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결정적으로 이란과 갈등이 고조되는 현상황에서 그들이 소유한 탄도 미사일의 사거리 밖에 있어 안전하단다. 만약 이 섬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미국의 중동정책도 영향을 받았을 절묘한 위치다.


디에고 가르시아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섬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포르투갈의 탐험가였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해군력이 압도하던 시절에 처음 발견되었고 이후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다. 이후 섬의 주인은 잠시 프랑스로 바뀌었다가 이후에 다시 나폴레옹이 전쟁에서 영국 연합군에 패배하자 섬의 소유권은 이제 영국으로 넘어간다. 열강의 패권이 바뀌면서 이 섬의 주인도 차례대로 바뀌었다.


그러는 동안에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아프리카의 식민지들이 차례대로 독립을 시작한다. 디에고 가르시아가 속한 아프리카의 섬나라 모리셔스의 독립이 임박하자 영국은 1965년 BIOT(British Indian Ocean Territory) 수립을 새로이 선포하고 이곳에 디에고 가르시아를 편입한다. 그렇게 지금으로서는 터무니없는 3백만 파운드라는 값을 치르고 인도양 한가운데 위치한 디에고 가르시아를 일견 합법적으로 넘겨받았다. 흥미롭게도 영국은 섬을 구입하자마자 바로 민간인들을 몰아내고는 반영구적으로 미국 해군에게 섬의 사용권을 넘긴다. 이후 이곳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전쟁을 치르는 동안 폭격기들이 출발하는 전초기지로 사용되었다.

거래와 관련해 이상한 점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데 우선 영국은 미국으로부터 섬의 점유료를 현금으로 지급받지 않았다. 1965년부터 50년간 임대해주었다가 50년이 지난 지난 2015년 다시 20년을 연장해 주었다. 영국은 이 거래에서 미국으로부터 현금을 받는 대신 대륙간 핵탄두 미사일 '폴라리스'를 구매하고 이때 할인을 받는 것으로 대금을 정산했던 일이 얼마전 기밀에서 해제된 비밀문서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이 섬을 처음부터 필요로 했던 국가는 사실 영국이 아닌 미국이었고 영국이 모리셔스로부터 섬을 합법적으로 구매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2017년 모리셔스가 UN에 디에고 가르시아 섬을 영국에 팔았던 계약이 불법적인 강탈이었다고 이의를 제기한다. 이 문제는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었다가 압도적인 찬성으로 헤이그의 국제사법 제판소에 회부되었다가 2년이 지난 2019년에 드디어 그 판결이 나왔다.

판결 결과는 놀라웠다.


'영국과 모리셔스의 1965년 디에고 가르시아 거래는 무효임. 섬을 모리셔스에 돌려줄 것을 권고함.'


권고함이었다. 강제성은 없다.


결론은? 현재까지 영국과 미국은 이 섬을 모리셔스에 돌려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이 섬의 사실상 주인은 '미국'이다.

영국이라는 대리인을 내세워 구색을 갖추었을 뿐 처음부터 미국의 필요에 의해 진행된 병합이었다.


시간이 흘러 만약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넘보는 날이 온다면 디에고 가르시아의 주인이 바뀔지 모른다. 그때 중국은 국제사법 재판소의 판결을 근거로 영국과 미국을 몰아내고 다시 모리셔스를 압박해 그들이 잘하는 100년 사용권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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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 한복판에 위치한 섬 '디에고 가르시아'의 첫 번째 이야기였습니다.


다음에는 이 섬에 파견된 한국군 연락장교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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