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큼은 아니겠지만 관제사들도 사람이니 가끔 실수를 한다.
런던 히드로 공항을 떠나 막 순항고도 3만 5천 피트에 도달하자 유로컨트롤이 늘 그러하듯 수백 마일 떨어진 항로상 웨이 포인트(지점)로 다이렉(곧바로 비행) 하라는 지시가 컨트롤러가 바뀔 때마다 연이어 주어지고 있었다.
시정은 막힘이 없이 탁 트여 수십마일밖의 항적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며 만드는 하얀 비행운들이 마치 잔잔한 호수위를 달리는 모터보트가 만드는 하얀 포말처럼 보였다.
그러다 한 순간 관제사가,
“Traffic Information Your Ten O’clock from left to right 1 thousand below you!(항적정보 드립니다. 전방 10시 방향, 좌에서 우로 1000피트 낮게 지나갑니다!)”
부기장이 Read Back을 마치자 동시에 우리의 시선은 ND(Navigation Display) 속 10 시 방향에 혹 ‘-10’이라고 시현된 항적이 있는지를 보았지만 어쩐 일인지 아직 그 방향에는 아무것도 시현된 것이 없었다.
곧이어 나는 혹시나 싶어 TCAS(Traffic Collision Avoiding System충돌 방지장치) 스위치를 Below로 바꾸었다. 이렇게 두면 나의 고도보다 낮은 항적을 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그 방향에선 아무런 항적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밖을 내었다 보아도 역시 그쪽 하늘은 비어 있었다.
마침 부탁한 식사를 들고 객실 승무원 ‘아프로즈’가 조금 전 들어와 트레이를 들고 뒤에 서 있었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인가 싶어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는 순간, 된소리의 날카로운 음성 경보가 조종실을 울렸다.
“추레픽, 추레픽(Traffic! Traffic! 위험 항적! 위험 항적!)
스프링이 튀듯 바로 몸을 돌려 계기를 바라보니 나의 다섯 시 방향 뒤쪽에 Amber(짙은 노랑) 색깔로 확대된 ‘-10’이라고 표시된 둥근 항적이 빠르게 다가서고 있었다.
순간 입에선 나도 모르게
“이건 뭐야!”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왼손은 휠을 잡은 상태에서 엄지가 자동비행장치 해제 버튼 위에 그리고 오른손은 Thrust Lever의 자동 추력 조절 차단 스위치 위에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올라가 있었다.
충돌이 임박하면 충돌 방지 장치는 자동적으로 나와 지금 접근하는 다른 항적에게 동시에 한대에겐 상승을 다른 한대에겐 강하를 지시하게 된다.
‘디센드, 디센드(강하하시고) 또는 클라임, 클라임!’ 중 하나의 경고가 나오면 나는 즉시 올려둔 두 엄지손가락 밑의 자동비행 차단 스위치를 누르고 수동 비행으로 회피해야 한다.
.....
몇 초 뒤 항적이 계기상에서 갑자기 사라지던 순간, 거의 동시에 우리 앞쪽으로 빠르게 좌에서 우로 빠져나가는 물체가 시야에 들어왔다. 해를 정면에 두어 식별이 어려웠지만 군용기 같아 보였다.
사실 10시 방향이라고 우리에게 주었던 항적정보는 우리 뒤에 있던 항공기에게 주었어야 할 잘못된 정보였다. 그의 위치에서 볼 때 우리가 10시 방향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아직까지 그녀가 트레이를 손에 든 채 놀란 토끼눈으로 우릴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