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한국생활을 정리하고 회사를 사직하고는 집과 은행계좌를 정리할 때 일이다. 그동안 미루어둔 신용카드의 할부가 자그마치 1천만원이나 남아 있었다. 고정적인 수입이 매달 들어오니 그동안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 한국에서 소득이 없으니 모두 일시에 정리 해야 했다.
그렇게 한국을 떠난 후에 두바이에 와서 마음먹고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원칙이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이다. 월급이 들어오면 세이브할 것을 남겨두고 생활비만 현금카드로 옮겨 그 안에서 생활을 한다.
불필요한 충동구매가 줄고, 통제가 가능한 소비가 이어졌다.
이후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저축이 가능했다.
코로나로 월급이 절반으로 줄어든 후에도 타격이 적었던 이유가
첫째, 신용카드에서 빠져나가야 하는 빚이 단 100원도 없었다는 점.
둘째 아내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곳에서 모기지 대출로 집을 사지 않았던 점이다.
어느 기장이 두바이에 20년간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이곳에서 은행의 빚을 지고 집을 사지 않은 것!"
이라고 말을 했던 것이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참 많은 이들이 올해 이곳에서 집을 잃었다. 돌아간 이가 백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이곳에 모기지 대출과 신용대출을 통해 집을 가지고 있었다. 직장에선 정리해고를 당하고 은행의 추가 대출은 즉각 중단되었다. 운이 좋아 살아남은 이들에게도 아직까지 은행 대출은 프로즌 상태이다. 월급이 절반으로 줄어든 지난 몇 달간 여유가 없이 수입과 지출을 맞추어둔 많은 이들이 사막에서 일하며 그간 모아둔 전재산을 날렸다.
은행은 경기가 좋을 때는 매일같이 전화를 걸고 최저의 이율로 돈을 빌려가시라 부축이다가도 정작 고객이 가장 돈을 필요로 하는 순간이 오면 빌려주었던 마지막 우산마저 비정하게 다시 거두어들인다.
IMF를 겪어보았던 나에게 은행의 빚은 마치 끝이 날카로운 대못을 입에 넣는 것 마냥 섬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