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의 오해

by 캡틴 제이


저녁식사를 같이 하는 자리에서 동료 기장 크리스천이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하나만 물어보자. 혹시 이런 녀석 만난 적 있어? 기장이 착륙하는데 자꾸 휠에 손을 대는 녀석들 말이야. 내가 착륙하다가 주변시로 보니까 자꾸 잠시 잠시 휠에 손을 댈 듯 말 듯 그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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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놈이네. 그래서 어떻게 했어?"


"나중에 착륙한 다음에 정색을 하고 뭐라고 했지. 뭐하는 짓이냐고. 감히 기장이 착륙하는데 휠에 손을 대?"


그가 정말 화가 많이 났었다는 시늉을 하며 씩씩거린다.


"그랬더니 뭐라던데?"


"아니, 자기는 그런 적이 없다. 이렇게 딱 잡아 때더라고."


"버르장머리 없는.... "


이때 문득 무엇인가 머리에 스쳤다.


"혹시 그 친구 그전에 뭐 타고 왔다고 했는지 기억나? 터보 프랍 타다 왔다고 안 해?"


"맞아. 어떻게 알았어? 터보 프랍만 타다가 입사한지는 이제 채 1년이 안된다고 하더라."


"너 오늘 그 질문 나한테 참 잘했다. 남들한테 물어봤으면 절대 답을 못해줬을 거야. 그 친구 예전에 터보 프랍을 탈 때 하던 습관이 본인도 모르게 나온 거네. "


"무슨 소리야?"


"터보 프랍은 하이 윙이라 측풍에 약해서 기장이 착륙 한 직후에 측풍에 윙이 들리지 않도록 확실히 눕힌 상태에서 휠을 넘겨줘야 해. 터빈 엔진 민항기와는 다르지. 그래서 휠을 넘겨줄 때 '유갓'이라고 콜을 하고 넘겨줘야 해. 부기장은 그래서 착륙 직전에 손을 휠에 바싹 가져다 대고 있는 것을 추천하지. 측풍이 심한 날은 잘 모르는 사람이 뒤에서 보면 둘이 같이 휠을 조작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야."


해군 P-3의 민항 버전인 일렉트라를 고향 에콰도르에서 캐빈승무원으로 탔던 이 친구는 실제 비행은 737부터 시작해서인지 터보 프랍의 착륙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보는 눈치였다.


"이젠 터보 프랍 탄 친구들이 좀 이해가 가지? 습관이 되어서 자기도 모르게 손이 올라오는 거야. 너무 뭐라 하지 마라! 기장의 실력을 못 믿어서 그러는 게 아냐."


사진을 올리고 보니 4발 터보 프랍 엔진을 단 일렉트라는 드물게 High Wing이 아니다. 측풍에 강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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