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라는 의미인 리저브의 약자인 RSV가 2월 한 달 스케줄에 가득하다.
첫 주부터 5박 6일간 스페인 마드리드를 거쳐 멕시코시티 미국 휴스턴으로 연결되는 화물기를 모느라 37시간이나 단번에 쌓이더니 며칠 전엔 홈 스텐바이 중에 인도 콜카타 야간비행에 불려 나가면서 다시 10시간 추가되어 이제 어느새 47시간이다.
내일부턴 호주 비행을 위한 스텐바이에 들어간다.
어제 아침 일찍 PCR 검사를 받고 저녁 무렵에는 바로 결과가 나왔다.
음성 확인서를 받아야 호주 비행 대기 자격이 생긴다.
누군가 마지막 순간에 전화기를 들어 ‘저 오늘 이러저러해서 비행 못하겠어요!’라고 하면 미리 챙겨둔 비행 가방과 레이오버 수트케이스를 끌고 호주 어느 도시론가 777을 몰아야 한다. 승객용 정기 편일 수도 있고 화물기일 수도 있다.
그중 가장 긴 구간은 멜버른을 거쳐 크라이스트처치를 다녀오는 화물기로 35시간이 넘는다.
이처럼 국제선 대형기종의 조종사들은 통상 한 달 80에서 드물게는 100시간까지 비행을 소화한다.
다음 달 3월에 계획된 비행시간은 장거리 위주로 97시간에 이르며 한 달 31일을 기준 하여 88시간을 넘기는 부분에 할증이 발생한다.
이 할증 수당이 웬만한 대학생들 한 달 아르바이트 월급을 넘기다 보니 앞에선 울고 뒤에선 웃는다는 말이 나온다.
결국은 야간비행이고 이 일이 하늘이 허락한 수명을 돈으로 바꾸는 미련한 일임을 나중에 몸이 말해준다. 약값이 더 든다는 소리가 허언이 아니다.
“자 여기 200만 원을 미리 주고 나중에 자네의 남은 인생 중 봄볓이 좋은 한 달을 가져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