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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Feb 28. 2021

정직한 기장의 오류


정직한 기장의 오류




요 며칠 읽고 있는 책 'The Road Less Travelled(아직도 가야 할 길)'에 흥미로운 구절을 발견했다. 




진실을 감춰두어야 할 이유를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설명한 부분인데 그 다섯 번째 이유로 




'상대방이 제공받은 정보를 제대로 사용할 능력이 안될 때.’




이 구절에서 잠시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흐음~”




그리고는 책상 위 멀지 않은 곳에 놓여있던 파란색 ‘BIC 볼펜’을 집어 들고는 그 뚜껑을 엄지로 가볍게 밀어내고 우선 그 문장 밑에 굻게 밑줄부터 그었다. 




이어서 그곳에서부터  책 제일 위쪽 빈 공간까지 45도 방향으로 파란 포물선을 그리고는 글을 적었다. 




 '기장이 진실을 잠시 밝히지 않는 편이 좋은 이유' 




비상이 걸린 항공기에서 기장은 승객들에게 얼마나 정직하여야 하는 걸까?





나의 판단을 조금 뒤로 미루고 항공사의 가장 중요한 비행규정을 담은 FOM또는 OM A을 살펴보면 이곳에는 기장이 PA(기장방송)에서 사용하지 말아야 할 단어를 담고 있다. 




'FINAL(마지막), GOING DOWN(추락), SEVERE(극심한), SERIOUS(심각한)'


이유는 승객들을 불필요하게 긴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연세가 있으신 어느 페친께서  과거에 겪으신 비행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날 00를 이륙한 후에 기장이 지금 항공기 화물칸에 화재가 발생해서 즉시 비상 착륙해야 한다고 다급한 목소리로 기장 방송을 했어요. 그리곤 무슨 이유인지 첫 번째 접근을 실패하고 GO AROUND까지 하고는 두 번째 접근 끝에 착륙했습니다. 


나는 그 사건 이후 한동안 트라우마로 비행기를 다시 타지 못했어요.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기장님은 왜 그렇게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 비행기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기장방송을 해야 했을까요? 저는 착륙하기 전 유서까지 써두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화물칸에는 실제 화재가 없었답니다."




비행 중 발생하는 화물칸 화재 경보는 경험적으로 대부분 센서 오류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장은 예외 없이 이를 실제 화재로 간주하고 즉시 최인근 공항에 최단시간 안에 착륙해야 한다. 




과연 무엇이 최선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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