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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Mar 10. 2021

화석 산(Fossile Rock)


 

화석 산 (Fossile Rock)을 내려오며 



화석 산 (Fossile Rock)을 내려오며 


내려갈 일이 걱정이었다. 산세가 워낙 날카롭고 험해서 능선(Ridge)을 따라 내려가는 길은 포기하고 골짜기로 난 발자국들을 따라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올라오면서 봐 둔 곳이 있었다.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중간중간 인공 암벽등반에서나 해보았던 구간이 서너 번 나왔다. 어린 아이나 여자들은 엄두를 내지 못할 경사였다. Fossile Rock은 가족과 나들이하듯 오를 산은 아니다. 

사진을 찍은 곳에 다다르자 잠시 갈등하는 듯 보이던 형이 


"되겠다. 저리로 내려가면 되겠다!" 하고는 먼저 절벽 아래로 사라졌다. 


한국의 산에서는 이런 난코스 구간에는 밧줄이나 난간들이 꼭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곳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 


가까이 다가가자 먼저 내려간 형이 몸을 돌려야 한다고 하기에 무슨 이야기인가 싶어서  가까이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다리가 풀릴 듯 공포감이 밀려왔다. 


"난 시트벨트와 하니스를 하지 않으면 이런 절벽에 서지 않아!"


산을 오르는 도중에 양쪽이 급경사이던 능선을 따라 걸으며 했던 나의 농담이 생각 났다. 


일단 약 2~3미터 정도 돼 보이는 절벽을 내려가면 양쪽 발을 내려 딛고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보였다. 문제는 그 작은 공간 뒤로는 바로 족히 4-5미터는 넘어 보이는 절벽이었다. 일단 그곳까지 내려간 후에 몸을 좌로 틀어 조심스럽게 발을 옮기면 좀 더 완만한 경사가 있는 곳으로 나올 수 있을것 같았다. 


형은 그곳을 지나 저만치 아래에서 이 사진을 찍었다. 


실내 암벽 등반을 하듯 중간 중간 불쑥 도드라진 모서리 부분을  네 손가락을 모아서 잡은 채  몸을 조심스럽게 돌려 한 발씩 아래로 몸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켰다. 매번 무게중심이 안정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고개를 옆으로 빼어 그 다음 발을  내 딛을 곳을 찾았다. 


“그래 그 오른쪽 아래에 디딜 부분 보이지? 거기에 왼발을 넣고..”


“흐음....”

분명 단 한번, 딱 한 번이라도 나의 부실한 왼발이 순간 미끄러져 힘을 풀어버리면 내 몸은 바로 균형을 잃고 저 아래로 추락할 것이다. 


양손에 쥔 그립이 단단한지  몇 번이나 다시 확인을 하곤 서서히 몸의 중심을 조금씩 아래로 옮겼다.  매번 다행스럽게 걱정했던 나의 왼 발 끝은 목표했던 파인 홈에 닿았다. 


목장갑을 끼지 않았다면 바위 끝이 칼끝처럼 날카로워서 피부가 순식간에 베어질 정도로 위험했다. 


정작 가장 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두발과 양손을 각기 다른 네 곳에 부착하고 거미처럼 사지를 벌린 상태에서 아까 봐 두었던 조금 너른 중간 지점에 도달하기까지는 이제 마지막 한 번의 스트레칭이 남았다.    마지막으로 나의 왼 발을 뻗어 늘여야 했다. 


"조금만, 조금만" 


발끝마저 세우고 최대한 다리를 내려 늘였지만 결국 바닥에 닿지 않는다. 


"아 이런. "


무리를 해서 뛰어내렸다가는 순간 균형을 잃고 뒤로 밀려 그대로 낭떠러지로 나가 떨어지게 된다.  폭이 채 30센트가 안된다. 


나는 결국 잔뜩 아래로 늘였던 왼발을 다시 거두어들여 원래 밟고 있던 모서리에 올려 두고는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발 대신 먼저 오른손 그립을  조금 아래쪽에 보이는 쥘 수 있는 돌출 부위로 옮겨 잡았다. 그리고 몸을  조금 낮추고는 왼손을 아래로 그만큼 내려 아까 봐 두었던 깨진 항아리 모서리 같은 부분을 간신히 잡았다. 이로서 몸의 무게중심이 약 30센티 아래로 이동했다. 


그제야 왼발을 내리자 마침내 평평한 바닥에 발 끝이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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