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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May 05. 2021

자각몽처럼 구름 사이를 날다


'지금 난 꿈을 꾸고 있어'라는 사실을 인지한 다음에 나는 양팔을 날개 인양 좌우로 펼치고 새처럼 퍼덕거리기 시작했다. 금세 몸은 가볍게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행글라이더에서 방향을 바꾸듯 생각을 먹은데로 위아래 좌우로 자연스럽게 날아다닐 수 있었다. 


이런 꿈을 꾸어 본 적이 있는가?


깨고 나면 너무도 아쉬워서 두 손을 모으고 꼭 한 번만 다시 꾸게 해달라고 소원하며 잠을 청하던 어릴 절 우리의 모습이 기억나는가?


인도 첸나이에서 돌아오던 오늘 정오 무렵 두바이 인근 푸제이라 상공에는 커다란 적난운 구름이 가득했다.  지금 그 아래 해안 마을에는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평상 시라면 혹시나 캐빈에서 누군가 다치지는 않을까 구름을 뚫고 강하하는 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을 텐데 오늘은 다행히 승객이 타지 않은 빈 비행기로  칵핏에 들어와 있는 조종사들의 얼굴 표정이 마치 자각몽 속으로 뛰어든 어린아이들 같다. 


레이다 에코(반사파)와 실제 창밖으로 펼쳐지는 구름이 만든 하늘 위 구름의 골짜기를 연신 비교하며 짙고 어두운 뭉게구름을 피해 이리저리 구름 골짜기 사이를 비집으며 고도를 낮추었다. 


가장 높은 구름의 탑은 약 3만 피트에 이르렀고 구름의 바닥인 1만 피트까지 두꺼운 구름의 층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구름이 가득한 2만 피트를 통과하는 사이 우리는 여러 번 시계비행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구름이 없는 작은 공간들을 통과하고 있었다. 그때마다 사방을 둘러싼 판타지 소설의 한 장면 같은 구름의 산들이 우리를  압도했다. 


안전을 위해 레이다에 빨갛게 표시된 심한 강수지역을 회피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중간중간 기체는 끓어오른 수증기의 층이 만드는 와류를 만나 거칠게 위아래로 다시 한번 흔들리자 


"이이이~호오~~!" 


부기장이 마치 로데오의 카우보이처럼 외마디 환호성을 내질렀다. 


터뷸런스가 정점에 다다르는 순간에도 흔들림에 몸을 내어 맡기고는 아이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마치 꿈결처럼 터뷸런스를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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