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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May 05. 2021

브레인 리셋


이틀 전 밤을 새워 비행을 다녀온 후에 어제는 한없이 게으르게 오후 한나절을 보내고도 다시 저녁에는  리듬을 되돌리기 위해 평상시처럼 잠자리에 들었다. 




밤을 새우고 밀린 잠을 잘 때 꾸는 꿈은 평상시와는 많이 다르다. 음악으로 치면 헤비메탈의 광란이고 그림으로 치자면 뭉크의 절규 같다. 




당연히 나의 두뇌 회로가 정상적으로 리셋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뜻이고 덤핑해야 할 오류가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떻게 그런 상태로 잠을 자지 않고 날아와서 착륙을 할 수 있는 거지?"




아내의 질문에 나는 




"처음엔 죽을 듯 고통스러웠지. 하지만 해야 하는 거니까 우리 조종사들의 몸이 적응을 한 것이겠지. 동남아시아 턴어라운드 야간 비행은 지금 생각해봐도 최악이었어. 그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럼 야간 비행이 많은 이곳과 한국에서의 비행을 비교하면 어디가 더 나은 것 같아?"




"한국에선 한 달 75시간 정도를 비행해서 이곳의 90시간에 비하면 적었지. 하지만 출퇴근 시간을 고려한다면 이곳의 90시간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리고 여기는 야간 턴어라운드가 거의 없어. 인도의 경우 자정에 이륙해 그곳의 아침에 착륙하면 그곳에 내려 24시간 레이오버를 시켰으니까.  코로나로 레이오버가 불가능해져서 편도 3시간 30분 비행을 4명의 크루들이 반반 나눠서 하고 있는 것도 그런 배경이야. 비행을 마쳐도 예전 동남아시아 야간 턴어라운드 같은 극심한 피로감 정도는 아니야."




몇 번의 사막 모래 폭풍이 망가뜨렸던 에어컨도 장장 5일 만에 어제 오후 기사들이 다녀간 이후 정상 작동되고 있다. 에어컨이 안 되는 아들방으로 시원한 바람을 몰아주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막아 두었던 돗자리도 거두고 더불어  아들 방문 앞에 눕혀 없는 선풍기를 대신해 거실의 찬 공기를 불어넣던 공기청정기도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갔다. 




야간비행 후 하루를 푹 쉬고 리셋된 나의 머리처럼 바이패스, 백업 모드로 작동되던 집안의 모든 기능들이 비로소 정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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