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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May 21. 2021

항공대학교 강연을 마치며

항공대학교 강연을 마치며 

강연의 주제가 무엇이든 학생들이 강연 이전에 기장들에게 알고 싶은 것은 현실적인 것이다. 평균 월급여가 얼마가 되는지 왜 해외 항공사로 옮겨야 했느니, 어떠한 점이 좋은지 등등.

그렇다고 귀한 시간을 내어 서로가 이러한 이야기로 강연을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선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의 주제를 선택하고 사례를 들고 살을 붙인다.
이번에 부탁받은 강연의 주제는 '기장의 리더십'이었다.
평생을 둘이 타는 비행기를 몰았으니 좋은 리더십 나쁜 리더십의 사례를 들라고 하면 하루로는 부족하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내 강연이 끝나고 기장이 한 달에 얼마를 버는지가 아니라 내가 강연에서 이건 정말 중요하다고 점찍어준 것에 대해  질문해주면, 그것도 많이 해 주면 강연을 준비한 사람은 힘이 난다.

이번 강연에서 나는 두 가지를 가지고 리더십의 바탕을 설명했다.
하나는 비행은 기장이 어떻게 자신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느냐에 따라 거친 일이 될 수도 있고 한없이 부드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둘째는 세상 다른 곳은 몰라도  조종사들은 동료를 경쟁자를 여기면 안 된다. 동료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고 고립되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는 것이다.

내가 소속된 항공사에서는 다 이렇게 한다고 잘못 해석할 여지를 주지 않았기를 바란다.

세상은 변하고 나도 한국을 떠난 지 10년이니 내가 기억하는 사실들이 더 이상 현실성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한 학생이 마지막 질문에서 "기장님의 강연을 듣고 나니 저 자신 욕심이 많고 경쟁심도 너무 강합니다. 제가 좋은 기장이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고 이 길이 제 길이 맞는지 의심이 듭니다. "라고 아주 솔직하게 생각을 털어놓았다.

속으로 순간 아차 싶었다.

내가 너무 먼 미래의 일을 아직 비행교육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 꺼내 부담을 주었다는 자책이 들었다.

그 학생에게 "우리는 모두 욕심이 있다. 욕심이 없이 여기까지 어떻게 올 수 있었겠는가. 나 자신도 그러했다.” 라면서 물러섰다.

이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겠지만 
나의 직업이  단지 돈을 버는 수단에 그칠 때 그 안에서 반드시 삶의 회의가 생긴다.

멋지게 어깨에 금줄 4개를 올려두어도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자신을 단지 운수업에 종사하는 월급 많이 받는 직장인이라 여길 수도 있다.

나는 다음 세대의 기장들이 한없이 자애로운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 이 일이 쉬운 것이었다면 이렇게 글로 옮기지도 강연에서 힘주어 강조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인생의 가치는 나와 더불어 내 주위 사람들의 영적 성적을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 자신 지금껏 비행을 해보니 누구보다도 잘 안다.

조종사가 너그럽기는 정말 어렵다.

어렵기 때문에 더 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캡틴'이라 불러주는 것이 아닐까?

나는 확신한다. 이들은 분명 우리보다 더 나은 기장들이 될 것이다.

적어도 몇 명은 감염이 되었을 것이다. 나 역시 오래전 어느 선배 기장에게서 이 선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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