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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Jun 01. 2021

작지만 신성하고 선한 공간


 


이제는 승객들로부터 너무도 멀어져 버린 777의 조종석에는 기장과 부기장석 말고도 그 뒤에 두 개의 옵서버 시트와의 사이에 간신히 사람 한 명이 지나갈 비좁은 공간이 존재한다. 


이 공간은 비행 중에 신실한 무슬림 기장들이 동료에게 잠시 양해를 구한 뒤 잠시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기도를 올리는 공간이다. 


하루에 정해진 때에 맞추어 메카 방향으로 몸을 향하고 경건하게 절을 올리는 일이 이 작은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또한 이 공간은 동료에게 선의의 행동을 표현하는 공간이다.  


항공기에 막 도착해 조종실에 들어설 때면  통상 기장은 부기장을 먼저 앞세운다. 


'After you!"


칵핏에 도착 후엔 보안점검을 수행하는데 이때 부기장이 뒤에 따라 들어온다면 길을 내어주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기 때문이다. 


부기장을 따라 칵핏에 들어서면 맨 먼저 기장은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코트룸에 걸어두고는 잠시 부기장을 기다린다.   그의 손에는 부기장의 재킷을 걸어 둘 옷걸이가 들려있다. 


"Ah, Thank you."


대부분 기장들이 그렇게 하지만 그럼에도 부기장들은 조금 과장된 감사의 표현을 잊지 않는다. 


비행을 마친 이후에도 통상 부기장은 보고서 작성이나 나머지 체크리스트들을 수행하느라 기장보다 늦게 자리를 떠난다. 


이때 먼저 일어난 기장은 그대로 자신의 가방을 챙겨 조종석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통상 모든 승객과 객실 승무원들이 하기하기 전까지 기장은 항공기를 먼저 떠나지 않는다. 


기장은 우선 비행 중에 가득 배를 불린 쓰레기봉투를 들어내 조종실 밖으로 꺼내 두고 이어서 코트룸에 걸려 있던 유니폼 재킷을 꺼내 입은 뒤 부기장의 것은  부기장 좌석 뒤에 걸어둔다. 


이 모든 선한 일이 이 작은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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