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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해병대와의 강하훈련을 추억하며

아~ 이 멋진 군인들에게 모자를 벗고 기꺼이 머리를 숙이고 싶다.”

[군인은 그 길이 자신이 죽을 길임을 알더라도 그것이 ‘명령’이라면 주저 없이 가야 합니다. 그것이 군인입니다.]

해병대 Paradrop(공수 강하)을 추억하며

저는 유달리 해병대와의 합동훈련과 PARADROP 임무의 추억이 많습니다. 군 생활 10년 동안 제가 지켜본 해병대 전우들은 군기 그 자체였습니다. 아주 소소한 부분부터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던 사고에서까지 그들이 보여준 군인 자세는 지금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뿌듯한 우리 군의 자랑입니다.

이야기 하나

오후에 있을 PARADROP 임무를 위해 오전 10시경 포항에 전개한 우리 2기의 CN235 승무원들은 해병대 장교의 안내를 받아 식사를 마치고 운항 대기실에 돌아왔습니다.
이동은 해병대 측에서 제공한 콤비 차량을 이용하였는데 대기실에 들어서자 구석에 한 명의 해병대 사병이 언제부터인가 같이 따라 들어와 서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옆에 있던 기상 정비사 김 중사에게

"저 친구는 누군데 여기 와있지?"
하고 물어보니 김 중사가 하는 말이,

"글쎄요. 아까 식당에서부터 줄곧 여기까지 따라왔어요."

이제는 호기심에 그 사병을 불렀습니다.
그는 우리 공군과는 달리 군기가 터질 듯 들어간 목소리로 다가와서 사정을 설명합니다.

"네! 저는 공군 장교 여러분이 식사를 마치시면 커피를 꼭 대접하라는 상관의 명의 받고 지금까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는 노란색 큰 주전자 하나를 아까부터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식당에서부터 우리에게 커피 한잔을 대접하라는 명을 수행하고자 우리가 커피를 달라는 말을 꺼낼 때까지 줄곧 대기실까지 따라왔던 겁니다.

“이 친구들 정말 군기가 확실하구나. 시키면 무조건 하는 군인들이구나” 하며 감탄하게 된 날입니다.

얼른 커피를 마시고 돌려보냈습니다. ㅋㅋ

이야기 둘

해병대 PARADRP은 사건 사고가 이상하게 잦았습니다.

하루는 파라드롭을 마치고 CN235의 측면 DOOR를 닫는 와중에 터뷸런스가 치는 바람에 그만 LOAD MASTER가 아래 측 분리되는 TROOP DOOR를 놓쳐 DROP ZONE 인근 야산 어딘가에 떨어뜨리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민가는 없는 곳이지만 이 가로 세로 1미터쯤 되는 작은 문짝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때부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포항에 전개할 때마다 늘 느끼던 것이 해병대 ‘사단 병력’이 있는 곳인데 이들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늘 눈에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항공기가 착륙한 직후 사단장 지시로 ‘전 병력 연병장 집합’ 명령이 하달되자,

조금 과장을 하면
불과 몇 분 사이에 전 해병대 사단 병력이 연병장에 완전군장 상태로 집합을 순식간에 완료했습니다. 이때 사단장님의 지시 사항,

"우리 전우 공군 동료들이 어려움에 처했다. 가서 찾아라! 모두 손에 손을 잡고 한 걸음씩 전진해서 반드시 찾아라!" ㅋㅋ 사단 병력이 손잡고 전진하는 장면을 상상하면 그 무모함(?) 이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이야기 셋

이제는 시간이 흘러 제가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해병대 PARADROP에 사용되는 ‘섬’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이곳은 유일한 해상강하 훈련장입니다.

이곳에서 어느 날 PARADROP 도중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생명줄을 걸고 열려 있는 측면 DOOR 앞에 통상 투하 몇 분 전 요원들은 이동해 대기합니다.

아마도 투하 1분 전 경고를 조종사가 점프 마스터에게 주면 요원들은 자신들의 앞 동료의 생명줄이 제대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의 헬멧을 ‘확인 이상무’라는 의미로 두드려주는 절차가 있었나 봅니다.

문제는 아직 섬에 위치한 DROP ZONE에 도착하지 않은 1분 전 경고에서 맨 앞에 서 있던 해군 UDT 요원이 뒤쪽 동료가 헬멧을 두드리자마자 바로 이것을 투하 신호로 착각해 점프 마스터가 미쳐 막을 겨를도 없이 용수철처럼 튀어 나가 버렸습니다. 갑자기 일어난 황당한 사고에 그날 임무는 모두 캔슬이 되고 바로

조종사들은

"금일 이 시간부로, 파라드롭 임무를 캔슬하고 실종자에 대한 SEARCH AND RESCUE 임무로 전환한다."

실종자를 찾기 위해 두 대의 CN235가 주변을 한참을 선회했지만 바다 위에 떨어진 요원은 끝내 발견하지 못하고 기지로 돌아와 나머지 해병대 요원들을 하기 시키고 김해로 복귀해야 했습니다. 김해기지에 도착한 이후 포항 해병대로부터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현장을 수색하던 고속정이 사고 발생 약 3시간 만에 대원을 마침내 찾았고 그는 다행히 건강이 양호한 상태로 구조되었습니다.

제가 이 사고를 지금껏 기억하고 있는 것은 이 친구가 고속정으로 끌어올려진 후 했다고 전해진 ‘말’때문입니다.

"어쩌겠습니까. 실수는 한 거고, 저 때문에 파라드롭은 캔슬되었을 겁니다. 섬이 보이긴 하는데 이 상태로 수영해 가기엔 너무 멀고 그래서 구하러 올 때까지 그냥 파란 하늘도 올려다보고 물장구도 치고 하면서 혼자 잘 놀고 있었습니다.” 이러면서 싱글벙글 웃더랍니다. ㅋㅋ

제가 해군 UDT 및 해병대 PARADROP 임무를 나가서 느낀 것은

"야~~ 이 친구들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

왜냐하면 그 많은 점프 중에

단 한차례도 문 앞에서 마지막 순간에 우물쭈물하는 '거부’ 사례가 없었습니다.

조종간에 손을 얹어 놓으면 8명이 뛰어내릴 때 손바닥에 한 명 한 명이 점프할 때마다 경쾌한 감각이 전해집니다. ‘ 통, 통, 통, 통…’

그러나 도중에 누군가 우물쭈물하면 "통, 통, ~~~~ 통, 통 ~~ 이렇게 끊어지는 걸 고개를 돌려 보지 않아도 바로 알아챕니다. 공군인 우리가 말은 안 해도 그 느낌으로 훈련의 정예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거부가 문 앞에서 발생하면 마지막 동료는 DROP ZONE에서 한참 지나친 곳에 착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동시에 그만큼 부상의 가능성이 커집니다.

‘해병대는 파라드롭에서 비록 너무 일찍 뛰어내린 적은 있었어도 단 한 번도 몇 대 맞고 밀려서 뛰어내린 적은 없었습니다.’
이점이 공군 수송기 조종사들 사이에선 종종 화제가 되곤 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대한민국 귀신 잡는 무적 해병대’ 언제나 당신들을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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