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새워 날아 새벽에 두바이에 다다르는 비행에서 우리는 처음엔 이야깃거리를 찾습니다.
비행이 없는 날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부터 조종사는 어떻게 해서 되었는지 등등 어쩌면 뻔한 질문들을 서로 주고받으며 자칫 졸음이 찾아와 이 비행이 너무 힘들어지지 않을까 서로를 염려합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눈꺼풀이 조금씩 내려앉기 시작하면 객실에 연락해 담요와 베개를 들여오고 한 명씩 잠시 눈을 붙입니다.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잠시 스피커를 꺼두고 헤드셋을 머리에 쓰고는 잔뜩 밝혀두었던 칵핏의 조명도 어스름하게 낮추어 줍니다.
캐빈에도 인터폰으로 미리 연락을 해 둡니다.
"부기장이 지금부터 콘트롤드 레스트에 들어갑니다. 다음 연락은 정각에 할게요."
이 시간 동안 캐빈승무원들은 이제 직접 조종실 문을 두드리거나 인터폰을 삼갑니다. 조종사들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지요. 대신 깨어 있는 조종사는 한 시간에 두 번씩 직접 인터폰으로 연락을 해서 상황을 알려야 합니다.
조종석 의자를 잔뜩 뒤를 젖히고 담요까지 몸에 도롱이처럼 두르고 머리를 베개 위에 파묻듯이 깊게 누르고 그 위에 안대까지 한채 웅크려 잠든 부기장 옆에서 저는 우선 글래어 실드 위에 양손을 올려둡니다. 그런 다음 컨트롤 휠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몸을 숙여 그 위에 턱을 고이고는 이미 별들로 밝아진 밤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밝은 은하수가 우리들 머리 위 검은 밤하늘 위에 길게 늘어져 수평선 너머로 떨어져 지구 반대편으로 돌아가는 것이 보입니다.
저는 지금도 하늘에 있는 은하수와 땅의 불빛 중에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운지를 두고 매번 고민합니다.
오래된 백열전구가 많아 도시 전체가 노란 빛으로 뒤덮인 인도의 고원도시 방갈로는 분명 지금 이 순간 하늘의 은하수보다 더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