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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Jan 28. 2022

은하수와 인간의 도시


밤을 새워 날아 새벽에 두바이에 다다르는 비행에서 우리는 처음엔 이야깃거리를 찾습니다. 


비행이 없는 날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부터 조종사는 어떻게 해서 되었는지 등등 어쩌면 뻔한 질문들을 서로 주고받으며 자칫 졸음이 찾아와 이 비행이 너무 힘들어지지 않을까 서로를 염려합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눈꺼풀이 조금씩 내려앉기 시작하면 객실에 연락해 담요와 베개를 들여오고 한 명씩 잠시 눈을 붙입니다.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잠시 스피커를 꺼두고 헤드셋을 머리에 쓰고는 잔뜩 밝혀두었던 칵핏의 조명도 어스름하게 낮추어 줍니다.  


캐빈에도 인터폰으로 미리 연락을 해 둡니다. 


"부기장이 지금부터 콘트롤드 레스트에 들어갑니다. 다음 연락은 정각에 할게요."


이 시간 동안 캐빈승무원들은 이제 직접 조종실 문을 두드리거나 인터폰을 삼갑니다. 조종사들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지요. 대신 깨어 있는 조종사는 한 시간에 두 번씩 직접 인터폰으로 연락을 해서 상황을 알려야 합니다. 


조종석 의자를 잔뜩 뒤를 젖히고 담요까지 몸에 도롱이처럼 두르고  머리를 베개 위에 파묻듯이 깊게 누르고 그 위에 안대까지 한채 웅크려 잠든 부기장 옆에서 저는 우선 글래어 실드 위에 양손을 올려둡니다. 그런 다음 컨트롤 휠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몸을 숙여 그 위에 턱을 고이고는 이미 별들로 밝아진 밤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밝은 은하수가 우리들 머리 위 검은 밤하늘 위에 길게 늘어져 수평선 너머로 떨어져 지구 반대편으로 돌아가는 것이 보입니다. 


저는 지금도 하늘에 있는 은하수와 땅의 불빛 중에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운지를 두고 매번 고민합니다. 


오래된 백열전구가 많아 도시 전체가 노란 빛으로 뒤덮인 인도의 고원도시 방갈로는  분명 지금 이 순간 하늘의 은하수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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