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을 하다 보면 성경에 나오는 ‘사망의 골짜기를 지나는 느낌’ 이 들 때가 있다.
공항에 접근하는 강하 단계에선 어쩔 수 없이 짙은 비구름 사이를 뚫고 지나야 할 때가 생긴다.
레이더로 우선 가장 약한 곳을 찾고 다시 조종실의 조명을 낮춘 뒤 진행하려는 방향의 하늘색을 살핀다.
그곳이 주변보다 더 어둡다면 다시 생각해야 한다.
바람 방향도 중요하다. 가급적 풍상 쪽을 선택하여야 터뷸런스가 덜하다.
크루들을 모두 잠시 앉혀 두고 비 구름을 뚫고 내려가야 할 때도 있고
어떤 날은 비행하는 2시간 동안 아무런 서비스도 허락하지 않았던 적도 있다.
한쪽 방향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내린 뒤에는
혹시 지금 내가 그 골짜기에 들어서는 것은 아닌지 하는 서늘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어쩔 수 없이 겸손하게 기도하게 된다.
내 결정이 옳았기를.
아무도 그로 인해 다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