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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Jan 21. 2022

세상 밖으로

선박이 복잡한 외국 항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현지 물길을 잘 아는 도선사가 필요하듯이 

전 세계를 연결하는 장거리 민항사에서는 현지 승무원과 조종사가 필요하다.

한대에 한화로 4000억쯤 한다는 777을 140대나 가진 우리 회사같이 장거리 운항에 특화된 중동의 초대형 항공사들은 국적과 인종에 차별을 두지 않고 직원을 채용한다.


나도 그중 한 곳에서 벌써 11년째 기장으로 일하고 있다.

어릴 적 내가 꿈꾸던 바로 그곳에 와 있는 것이다.

비행을 하다 보면

수다가 많은 폴란드 출신 크루에게서 그녀의 연애관을 억지로 듣기고 하고

이탈리아 사람들이 얼마나 바람기가 많은지도 알게 되고

일부 베네수엘라 출신 여자 승무원들이 요정의 귀를 가진 것도 처음 알게 된다.

러시아인들이 푸틴을 어찌 생각하는지
왕정국가의 국민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듣는다.

어떤 날은 승객으로 탄 어느 작은 나라 공주님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왕족인 부기장과 같이 비행할 날이 생기기도 한다.

이 일은 정말 독특하다.

솔직히 비행보다 더 재미있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사적이거나 민감한 주제이어서 글로 다 옮기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서양인과 동양인 아프리카인과 폴리네시아 인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서로 더 많이 다르고 동시에 더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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