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틴 제이 Nov 21. 2019

어느 나라의 대통령 전용기 이야기

대통령 전용기 이야기  

그간 느끼셨을지 모르지만 가장 안전해야 할 AIR FORCE ONE이나 VIP 항공기의 운항 RISK 가 오히려 일반 민항보다 높습니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20년도 더 된 그해 김해공항에는 한바탕 큰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동유럽 어느 국가의 대통령 전용기 TU-154가 접근을 시작할 즈음 강한 남풍으로 활주로 방향이 36에서 18로 변경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김해공항의 18방향 서클링 어프로치는 전 세계 어느 공항보다도 난이도가 높아서, 미리 사전 훈련 없이 한 번에 성공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최초 김해 접근 관제소와 교신을 한 ‘AIR FORCE ONE’ 에게 관제사가,


"AIR FORCE ONE, 김해 RUNWAY IN USE 18, SAY YOUR INTENTION"
활주로가 18로 바뀌었으니 어떻게 할 것인지 의도를 말씀하십시오.


이것을 물어보는 의도는 서클링 접근에 익숙지 않은 조종사들에게 일차적으로 활주로가 현재 18방향으로 서클링을 해야 하는 상황임을 확인시켜주는 것과 동시에 준비가 안 되었다면 인근 공항으로 회항하라는 은근한 권유입니다.


"스탠바이"


조종사는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을 겁니다.


잠시 후 조종사가 다시 관제사에게


"REQUEST RWY 36 ILS APPROACH"
활주로 36방향의 정밀계기접근을 요구합니다.


이때 이미 바람 방향은 대략 남풍 20 나트를 넘나들어, 규정상 활주로 36으로 착륙을 허가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당황한 관제사가 바로,


"지금 활주로 36방향 착륙허가는 불가합니다. 배풍 20 나트로 허가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조종사는 다시 단호한 목소리로,


"활주로 18로 서클링 접근을 수행할 생각이 없습니다. We Require ILS RUNWAY 36(36방향 ILS 접근과 착륙을 요구합니다.)"


조종사가 쓰는 단어 Require라는 의미는 ‘반드시 필요한 요구’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국빈 방문한 일국의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가 배풍 20 나트 착륙을 요구하는 이 상황은 관제사가 결정을 내릴 상황이 분명 아니었을 겁니다. 아마도 핫라인으로 상황을 동시에 모니터 중이던 공군과 안기부의 지시를 받고서야,


"AIR FORCE ONE, 활주로 36 방향 ILS 접근을 허가합니다. 대신 이 시간 이후로 벌어지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귀측에 있음을 READ BACK 하십시오."


이에 바로 전용기 조종사가,


"이 결정의 모든 책임은 조종사인 제가 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TU-154, 구소련 항공기, 안 그래도 접근 속도가 서방의 항공기보다 빠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그것에 더해 배풍 20 나트 상태로 9000피트 활주로에 착륙하는 비정상 상황이 그날 김해공항 타워 관제사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때 관제탑에서 이를 지켜본 관제사들이나 집무실에서 이를 보고 받고 상황을 모니터하고 있었을 지휘관들 모두의 손에는 땀이 배어나고 있었을 겁니다.


결과는


다행히 그는 아주 훌륭한 조종사였습니다.


여러분이 이와 관련한 사고를 기억하지 못하듯 그해 이 착륙은 그저 평범한 대통령 순방의 한 페이지로 기록되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Follow M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