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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Nov 21. 2019

요물 비행기?

"아~ 이놈 이거 요물이야, 요물이야~"

오래전 AIRBUS 330 초기 훈련 중 하루는 제가 이륙 플랩 레버를 잘못된 위치에 가져다 놓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교관도 저도 이를 인지 하지 못하다가 택시 중에 경보가 뜨고서야 황급히 레버를 제 위치로 옮겨놓는 저를 보면서, 나이가 많으시던 할아버지 교관님은 질책하시기는커녕 껄껄 웃으시며

"요물이야, 요물이야~"만 되풀이하셨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승객으로 탑승하는 최신 항공기들은 어떤 수준까지 조종사를 보조(감시)하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오늘은 조종사를 실시간으로 모니터 하는 시스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아, 잘 모르셨다고요?

조종사가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사실 대부분입니다.
순항 중에 30분 이상 조종사가 아무런 조작이 없으면 회사는 이를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 조종실에 저희를 모니터 하는 카메라는 설치가 안 되어 있습니다. 휴~~~ ^^

어느 날 세인트 피터스버그로 비행 중에 캄캄한 밤, 조종석의 불을 다 줄여놓고 조용히 명상(?)하듯 비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조종사들이 정말 상상하기도 싫어하는 최고 위험의 경고가

"따라라~~~"

마치 귀 옆에 바싹 다가와 깨질 듯 쇠 종을 때리는 듯한 이 경고음은 통상 ‘엔진 화재’를 의미합니다.

이착륙 중도 아니고 야간 순항 비행 중에 캄캄한 칵핏에서 이 화재경보를 들었으니 얼마나 놀랐을지 짐작이 가실는지 모르겠네요. 거의 좌석에서 튀어 오르듯 몸을 반사적으로 세우고 바라보니,

"SMOKE LAVATORY"

누군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거나, 정말로 화장실 중 하나에서 화재가 발생한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조금 있다가 객실에서도 경고음을 듣고 화장실을 확인 한 끝에 일본인 승객 한 명이 몰래 흡연을 한 것을 발각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이럴 땐 정말 너무 놀라서 그때 앞에 보인다면 그냥 ㅋㅋㅋ

그날 정말 화가 났어요. 너무 놀래서. ㅋㅋ

재미있는 일은 바로 그다음 '띵'하며 메시지가 회사 운항 통제실로부터 도착했습니다.

"항공기 화재 상황이 이곳에서 확인되었음. 현재 상황을 보고할 것"

그때 알았습니다.

‘이 요물 비행기가 실시간으로 비행 데이터를 전송(고자질 � ) 하고 있었구나.’

이런 일은 777을 탈 때에도 발생했습니다.

아마도 미국 남부 댈러스행 비행으로 기억합니다. 비행 중 회사로부터 갑자기 위성통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비행 중에 위성통신 전화를 회사로부터 받는 일은 정말 드문 일이고 곧 아주 위급한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전화를 받자 대뜸 운항통제실의 요원이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기장님, 괜찮으십니까?"

"예~ 우리 아무 일 없는데요."
그러자 다시 그쪽에서

"지금 워싱턴으로 DIVERT(회항) 하시는 거 아니시죠?"

"무슨 소리세요. 회항은요. 우리 비행 계획된 그대로 항로 비행 중입니다."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지 그는

"다행입니다. 저희 시스템엔 기장님 항공기가 워싱턴으로 회항하는 것으로 비상신호를 보내고 있어요."
잠시 후엔 관제사까지 나와서 똑같은 질문을 하더군요.

위에 언급한 모든 일들이 있은 지 이제 어느덧 10여 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아직도 777을 운항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시스템이지만 그 정교함과 시스템의 안정성은 많이 향상되었겠지요.

특히 실종된 말레이시아 777 사고 이후 조종사도 모르는 장치가 조종사의 통제를 벗어난 상태로 어딘가에 심겨 있을 겁니다.

요즘은 칵핏을 제외한 모든 객실에도 CCTV가 설치되고 있습니다. 24/7 항시 녹화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그간 기내에서 발생하던 도난사건도 많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합니다.
하지만 역기능으로 객실 승무원과 캐이터링 요원을 녹화된 CC TV를 근거로 회사가 처벌하는 경우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저에게 누군가 주신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오늘 글을 전개해 볼까 합니다.

"SINGLE PILOT 항공기인 보잉 797이 곧 나온다는 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자동차를 모는 일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제 대답이 의외인가요? ㅋㅋ

저는 자동차 운전이 인간의 능력을 넘어가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1년에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의 수가 몇백만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 비행기 역시 인간이 몰기에 너무 위험한 기계가 아니냐고요?

네. 동의합니다. 아주 위험하고 너무 복잡한 기계입니다.

하지만 아직 인간을 대체해 이 위험한 기계를 몰고 태평양과 대서양을 안전하게 운항할 로봇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평상시에 모든 컴퓨터 시스템이 완벽히 작동하는 상황이라면 전혀 문제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1인 조종사가 화장실에 갔을 때나 의식을 잃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이때도 완벽하게 항공기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

즉 100% 완벽한 원격 조종이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면 실용 단계라고 말할 수 없지 않을까요?

위에서 언급한

"기장님 왜 DIVERT 하세요?"

라고 묻게 되는 시스템의 에러가 만에 하나라도 발생한다면 승객들에게 우리 비행기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추락한 737 멕스가 두대라면 승객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의식해 항공사가 미쳐 공개하지 않은 똑같은 결함에서 조종사가 추락을 막고 회복한 경우가 그간 훨씬 많지 않았을까요?

혼자 하는 비행은 위험합니다. 옆에 강아지라도 한 마리 같이 있지 않다면요. ㅋㅋ

강아지가 왜 있는지는 다들 아시죠?

조종사가 비행 중 무엇이든 조작하려 만지려 들면

‘물도록’ 교육을 시킬 거랍니다. ^^

“멍멍아! 바보 조종사가 이상한 짓 하려는 낌새가 보이면 확 물어버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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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순항중 30분 이상 조종사의 생명 반응(기기조작)이 감지되지 않으면 발생하는 경고입니다. 동시에 실시간으로 회사에 전송됩니다.
마지막 Master Warning 단계까지 조종사가 반응이 없으면 STICK SHAKER를 동반한 모든 VISUAL 및 AURAL 경보가 한꺼번에 울립니다. 이 정도면 보고서로 끝나진 않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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