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보 공항은 크루들에게 악명이 높다.
엑스레이를 3번이나 통과해야 하고 이리저리 몸수색에 뭘 그리 절차가 복잡한지 마스크까지 한 크루들이 출발하기도 전에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급기야 막내 중 한 명이 갑자기 얼굴이 하얘져서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급히 근처 이미그레이션 사무실로 그녀를 옮기고 소파에 눕힌 뒤 상태를 살폈다.
이마에 손등을 가져다 데보니 다행히 열은 없고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였지만 기장 입장에선 상황이 부담스러웠다.
"내가 지점에 연락해 하루 더 머물고 갈 수 있도록 조치를 할게요. 걱정 말고 하루 더 쉬다 와요."
이 말에 누워있던 그녀가 벌떡 일어나려 한다.
"안돼요. 기장님 이곳에 절 혼자 두고 가지 말아 주세요. 제발요."
다행히 잠시 후 기력을 회복한 그녀는 우리와 같이 비행할 수 있었다.
비행 중에도 걱정이 되어 사무장에게 물어보니 이젠 다행히 아무렇지도 않단다.
비행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그녀를 찾았다.
*베로니카 어딨죠?"
"여기요! 기장님. 저 이제 멀쩡해요."
버스의 맨 뒷좌석에서 그녀가 수줍게 손을 들었다.
종잇장처럼 하얗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이젠 웃는 얼굴에 생기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