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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Jul 20. 2022

당신이 기장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777 기장승급 인터뷰 시나리오


총 8시간 중 절반을 막 지난 시점에 사무장이 칵핏에 들어왔다. 


"기장님 문제가 생겼어요. 3개 Waste Tank 중 하나가 완전히 찼다고 나와요. 연결된 3개 화장실이 INOP(부작동)이라고 떠서 해당 화장실들을 우선 폐쇄했고요. 어떻게 하죠?"


일등석이 없는 투 클래스에 430명 승객이 빈자리 없이 만석이다.  


앞으로 4시간을 더 비행해야 목적지에 도착하는데 


총 11개의 화장실 중에 이코노미 클래스 화장실 3곳이 영향을 받고 있다. 


승객들의 화장실 대기줄이 벌써 길어지고 있다. 


참고로 화장실 관련 Circuit Breaker는 객실 아래 Avionic Bay에 있다. 비행 중엔 접근이 금지된 공간이다. 


여러분이 기장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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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이 비행 중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사무장의 설명은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을 뿐 오히려 그들이 스스로 만든 문제에 같이 빠지기 쉽다. 


“우선 사진을 찍어와 주시겠어요?”


잠시 후 사무장이 핸드폰 사진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녀의 설명과 일치했다. 


여기에서 자연스러운 의문이 생긴다. 왜 유독 한 탱크만 그것도 비행이 절반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가득 찼을까? 


시스템의 오류, 센서 이상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런 일은 아무리 투 클래스 만석이라도 이해하기 어렵다. 


“사무장님 폐쇄하기 전에 혹시 변기 물이 내려가는지 점검하셨나요?”


“아니요. 전 빨갛게 INOP이라고 떠 있길래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바로 크루들에게 승객들이 사용하지 않도록 폐쇄하라고 지시했어요. 다시 점검하라고 지시할까요?”


“네. 3개 화장실 모두 점검하시고 결과를 알려주세요. 단순한 지시 이상일 수 있어요.”


기다리는 동안 기장은 이것이 지시 계통 이상이 아닐 때를 대비한 다음 문제 해결을 구상한다. 승객들에게 가급적 물을 적게 마시고 화장실 사용을 짧게 해 줄 것을 PA 할 수도 있겠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비즈니스 클래스 화장실을 일부 이코노미 승객들에게도 개방할 수 있다. 회사에는 미리 상황을 알려 도착 시 바로 정비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최악의 경우 회항을 고려하겠지만 회항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크루들과 의논해야 한다. 밀 서비스를 중단할 수도 있다. 굶고 한 번에 목적지에 가는 편이 회항하는 것보다는 낫다. 


남자 승객들의 소변은 모포를 담는 커다란 비닐 봉투에 담요를 여러 개 넣어 작동되지 않는 화장실에 넣어둬 간이 소변기로 사용할 수도 있다. 탱크가 완전히 차서 더 이상 석션을 못하고 나머지 화장실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때 최후의 수단이다. 


이즘 생각이 진행될 때 연락이 왔다. 


“3곳 모두 플러싱에 문제없어서 다시 승객들에게 개방했어요!”


우영우의 고래 문제처럼 성급하게 결론에 뛰어들면 안 된다. 크루들은 조종사처럼 시스템 이상에 대한 논리적 해결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잘못된 1차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을 배제하면 안 된다. 혼란스럽고 바쁜 환경에서 성급하게 내린 결론일 가능성이 크다. 


잘못된 화재경보가 울린 CRC 벙크에 누군가가 성급히 소화기를 방사하고  기장의 지시로 그곳을 점검하던 또 다른 크루는 소화기 분말로 이미 자욱해진 공기를 연기로 오인해 실제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고를 하기도 한다. 


야간에 지상에서 비에 젖은 엔진 표면에 반사된 비컨 불빛을 화재로 오인해 보고한 경우도 실제 있었다. 


기장은 1차 보고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적절한 조치였는지 처음부터 살펴야 한다. 당연히 그랬겠지, 수행했겠지, 잘못 보지 않았겠지라고 짐작해선 안된다. 


“믿어라! 대신 확인해라!”


“이제 어쩌지?”에 몰입되면 그 이전의 실수를 놓치게 된다. 


우영우의 고래가 알을 낳았던 것처럼.. 


실제 비행 중에 있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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