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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Jul 13. 2022

기장의 감


비행 중에 종종 엉뚱한 장난을 친다.


아직 120 마일쯤 앞에 보이는 레이다상에 구름띠를 보고는 부기장이  “크루들을 착석시키는 게 어떨까요?”라고 물었다.

"으음......"


이건 아닌데..

 

3시간 남짓한 비행에서 250여 명 승객에게 이제 막 밀 서비스가 시작된 시점이었다.


그때까지는 그가 PF Pilot Flying을 하는 구간이라 최대한 부기장의 의견을 받아주고 있었다.


우선 터뷸런스를 판단하기엔 너무 거리가 멀었다.

통상 40마일 안쪽에 들어서야 확실히 알 수 있다.


“내 생각엔 그리 심하게 흔들릴 것 같지 않아. 크루들에게 조심하라고 이르고 시트벨트 싸인만 켜두고 피해가면 어떨까?"


“제 생각엔 많이 흔드릴것 같은데요!”


그는 확신이 있었는지 물러서지 않는다. 서비스를 중단시키고 모든 크루를 당장 자리에 앉혀두고 싶은 조바심이 보였다.


물론 영어엔 존댓말이 없다. 듣기에 따라서는 도전적일 수도 있지만 이 정도의 대화는 이곳에선 흔하다. 부기장이라고 기장의 의견에 바로 꼬리 내리거나 하지 않는다.


일단 서로의 의견이 달랐으니 가능하면 그의 의견을 존중하고 싶지만 이번엔 케이스가 달랐다.


그의 판단은 너무 빠르고 그리고

너무 보수적이었다.


이 판단의 근거는 그저 서로의 경험일 수밖에 없다. 내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면 최악의 경우 서비스 중에 트레이가 날아갈 수도 있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자 그럼 브라질 조종사의 예감(Gut Feeling)과 한국인 조종사의 예감 중에 누가 맞는지 한번 볼까? “


이 말을 하며 나는 왼쪽 아래 바닥에 놓여있던 1.5리터 생수 페트병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물병을 창쪽 페데스털에 균형을 잡아 세워두고는


“자 이 물병이 넘어지면 자네가 이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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