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땠어? 네팔에서 비행하는 동안 정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던가? 아니면 사람들이 그냥 하는 소리인가?"
그와 마지막으로 같이 비행한 것이 4년쯤 전이다. 그가 나보다는 한두 살 어리지만 비행을 시작한 해는 1994년으로 비슷하다. 그는 히말라야에서 터보 프랍으로 수천 시간의 비행시간을 쌓은 베테랑이다.
코로나로 인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 마침내 오늘 같이 식사를 했다. 그건 내가 그에게 진지하게 건낸 첫 질문이었다. 나는 우선 그곳의 조종사들이 어떤 마음으로 비행하는지 알고 싶었다.
"서른여섯 명. 이 숫자로 설명을 할게. 그간 내가 아는 이들 중에 히말라야에서 기상요인으로 추락해 사망한 동료들 숫자야. 사실 내 고국 네팔을 떠난 제일 큰 이유야. 언젠가 나도 사고를 피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
"기본적으로 카트만두를 제외한 모든 활주로가 시계비행 즉 VFR 룰이 적용되는 곳이야. 다른 말로 조종사는 구름에 진입해서는 안돼. 그렇지만 카트만두에 취항해 보았으니 알 거야. 1년 중에 4달이 몬순시즌으로 구름이 가득하지. 구름에 전혀 안 들어가는 비행은 사실 불가능해. "
어떤 방식으로 비행을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포터블 GPS 장비를 가지고 다녔어. 나름대로 나만의 좌표를 찍어서 참조했는데 언제나 실수할 가능성이 있잖아. 엄밀히 말하면 항공당국에서 사용을 허락한 적이 없지만 눈 감아주는 것이지. 나이가 든 기장들 중에는 그들만의 참조점이 따로 있었어. 골짜기 사이를 지날 때 만약 구름에 들어가면 이 참조점 뒤에는 헤딩을 얼마를 유지해 30초를 진행한 뒤 다시 좌선회 해 헤딩을 얼마를 유지한다는 식으로 말이야. 아주 위험하지. 어느 한순간 참조점을 놓치고 구름 속에 들어가면 방향감각을 완전히 상실하는데 그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쭈뼛하지. "
"회사에서 비행을 강제하는 건가? 왜 그런 아슬아슬한 날씨에서 비행하는 거지? 거부할 수 있잖아?"
나의 질문에 그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회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 히말라야에는 위치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9월 첫 주에 비구름이 사라지고 몬순이 끝나. 이때를 기다렸던 산악인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들지. 베이스 켐프로 짐을 올리고 세르파들은 땅과 하늘을 통해 짐을 좀 더 높은 곳으로 옮기려 분주하지. 그런데 날씨라는 것이 오늘 바로 시작! 하면서 바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잖아. 승객을 다 받아놓고 수백수천 명이 탑승 대기하는 걸 뻔히 알면서 날씨가 안 좋다고 마냥 기다린다는 게 쉽지 않아. 스스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더라고. 카트만두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하루하루가 그들에게 돈이잖아. 비행기가 뜨지 못하면 세르파들은 이걸 등짐을 지고 직접 걸어서 날라야 해. 그래서 조종사들의 무리한 비행이 시작되는 거지."
히말라야에서 트윈 오토 등을 타고 루크라(LUKLA) 공항 등으로 이동하려는 관광객들에게 그가 전하는 현실적인 조언이 있었다.
"9월 첫 주 몬순이 끝난 직후에 오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 몇 주 뒤 몬순이 확실히 끝난 다음에 오는 게 안전할 거야. 인도네시아의 수지 에어(SUSI AIR)에서 들어가는 파푸아의 정글 활주로는 히말라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히말라야에서의 비행은 늘 목숨을 거는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