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 간 동네에 바로 옆집 남자와 취향이 서로 잘 맞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서로 대면 대면하지 않을까?
시선을 돌려
기장과 부기장이 처음 만나 서로 쿵작이 잘 맞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비행을 마치면 서로 다시 연락할까?
옆집 남자와 비슷하지 않을까?
항공사 기장으로 비행을 하며 인간관계에서 받는 나의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 일까?
은퇴 후에 전원주택을 사서 이사한 후에 텃밭에 몇 달 동안 온갖 정성을 들여 배추를 기르고 있었다고 해보자.
그런데 어느 날 나에겐 사전에 말 한마디도 없이 옆집 남자가 배춧국을 끓여먹겠다고 그중 가장 알이 실한 배추 하나를 '뚝' 잘라 가져 가 버렸다.
이 사실을 전해 듣는다면 나는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을까?
'이걸 바로 찾아가 한 따까리 해버릴까!'라는 생각이 끓어오르지 않았을까?
다시 시선을 현실로 옮겨
오늘 내가 크루와 부기장 등 동료들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사실은
그 배추 한 포기 만한 것이 아닐까?
어느 날 우리 집에 키우던 바둑이가 목줄이 풀려 그 길로 대문 밖에 나가 그만 옆집에 풀어둔 병아리 여러 마리를 물어 죽인 일이 있었다.
옆집 이웃은 바둑이 목을 잡아끌고 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죽은 병아리 값을 물어내라고 난리를 부렸다.
그날 내가 받던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였을까?
오늘 내가 받는 스트레스는 그곳이 병원이던 조종실이던 아니면 학교이든 간에
결국엔 배추 한 포기나 죽은 병아리 같은 것이 아닐까?
이 정도 생각에 미치고 나니
마음에 들지 않던 동료들의 얼굴에 배추가 오버랩된다.
"그래 넌 고작 배추 한 포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