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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 제이 Jan 31. 2023

지난밤 유럽의 알프스 산맥을 넘어온 터뷸런스

어제저녁 스위스 취리히 공항을 출발할 즈음에 유럽상공, 좀 더 정확히는 알프스 상공에는 강항 편서풍 즉 제트스트림이 지나고 있었다. 동쪽으로 향하는 우리 항공기를 시속 160 나트 이상의 강한 뒷바람이 밀어주고 있었다.



지상에서 받은 정보와는 달리 제트스트림에 의한 청천난류, Clear Air Turbulence는 저고도보다는 오히려 3만 5천 피트 이상 특히 3만 7천에서 3만 9천 사이에서 Moderate에서 Severe Turbulence를 만들고 있었다.



그 정점은 슬로베니아의 루블리에나 공항 인근이었는데 평상시라면 에어버스 380이 올라와 느긋하게 밀고 나갔을 3만 9천 피트에서 잇따라 Severe Turbulence 보고들이 올라와 인근을 지나는 조종사들을 긴장시켰다.



에어버스에 비해 보통 약 3-4천 피트 순항고도가 낮은 보잉항공기들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고 있었지만 우리 항공기의 앞뒤에 다수의 380들이 3만 5천 피트라는 아주 낮은 고도에 내려와 보잉항공기와 서로 고도를 다투고 있었다.  



유로 컨트롤 관제사들도  연이어  동일 고도 항공기들에게 속도를 지시한다.



"카타리 Maintain Mach Point Eight Three or Greater!  Emirates Maintain Mach Point Eight Two or less!"



그들은 성능이 서로 제 각각인, 그래서 평상시라면 서로 같은 고도에서 만나지 않았을  항공기간의 간격분리에 애를 먹고 있었다.


조종사 입장에서는 터뷸런스가 심하니 관제사가 아무리 사정을 해도 지정해 준 속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속도가 터뷸런스로 인해 세트 된 타깃속도의 위아래로 춤을 춘다.





기억에 두세 번이나 아래의 기장방송을 했던 것 같다.



"Cabin Crew Take your Seat Please, 케빈 크루 모두 착석하세요!"



이륙 직후 서비스를 막 시작한 시점인데도 어쩔 수 없이 케빈 승무원들을 앉혀 두었다가 잠시 터뷸런스가 약해지면 다시 서비스를 시작해도 좋다며 풀어주기를  반복했다.



기장과 사무장은 서로의 처지를 잘 안다.



승객들에게 식사를 제공해야 하는 그들과 그들의 안전을 먼저 살펴야 하는 기장 사이에 그 서너 시간 동안 참  많은 생각과 의견이 오고 간다.


터뷸런스가 조금 덜한 고도를 찾기 위해 관제사에게 요구해 고도를 올리거나  낮추는 사이에 칵핏에서는 10초 후에 도달할 속도를 알려주는 Speed Trend Vector가 뱀의 혀처럼 오버스피드를 알리는 Red Tape까지 쳐 올라갔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지난밤 알프스 동쪽의 터뷸런스는 결국 지중해 상공에 들어서 이라클리온과 아테네 공항이 ND(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의 맨 위쪽  언저리에 보이기 시작할 때가 되어서야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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