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의 학교 교육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사랑보다는 증오를, 자신감보다는 수치심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암기력이 좋은 아이들이 무조건 인정받는 불합리한 교육체계는 대다수 학생들에게 올바른 인성 교육을 경험할 기회를 박탈한다.
몇 년 전 어느 학교의 강의에서 조종사들은 동기생들과의 경쟁보다는 사랑이 결과적으로 더 유리하며 기장에게는 이타심이 꼭 필요한 덕목임을 강조한 적이 있다.
이 말을 들은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전 제가 제 동료들을 사랑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무조건 경쟁에서 이겨야 된다는 압박감속에 살아온 제가 이젠 제 주위의 동료들과 서로 협력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말씀은 지금 저를 몹시 혼란스럽게 합니다."
중고등학교가 아닌 이제 성인인 대학생들의 생각이 이렇다.
"비행을 마친 뒤 기장과 부기장이 같이 식사를 하는 일은 드물어요. 각자 자기 방으로 돌아가 다음 날 비행에서 만나죠."
최근에 만났던 어느 국내 항공사 부기장의 말이다.
어느 날 외국인 동료가 내게 질문을 했다.
"그런데 왜 일부 한국인 승무원들은 대화로 서로의 갈등을 해결하려 들지 않고 그냥 뒤에서 보고서를 써요?"
이것이 외국인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어쩌면 나는 아직도 꿈을 꾸는 몽상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기장이라면, 한 조직의 리더라면 사랑해야 한다.
나만 잘하면, 각자 자기 일만 잘하면 된다는 사고는 날 너무나 당황스럽게 만든다.
스트레스에 가득 찬 차가운 눈초리로는 이 일을 제대로 해 낼 수 없다.
우리 학교가, 우리 가정이 잃어버린 그 사랑이, 내 동료를 경쟁자로만 생각하게 만드는 우리의 비정하고 비정상적인 교육이 얼마나 큰 문제를 만들고 있는지 우린 정말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그리고 언제까지 이를 개인들의 문제로 치부할 것인가?
모두가 탈출을 꿈꾸는 이 교육이 어떤 사회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 주위를 둘러보라.
그렇다고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한국인들은 게으르지는 않다. 단지 그뿐이다.
내 눈에는 우리 사회가 아주 이상하다.
리더쉽에 이렇게 대놓고 등 돌린 사회가 또 있을까?